제6장= 싸움과 우정
제6장= 싸움과 우정
귀족은 엔기두를 데리고 우루쿠로 향했다. 귀족과 엔기두가 나란히 걷고 그 뒤를 창부가 걸었다. 귀족은 우루쿠의 광장 앞에 있는 자신의 여관으로 엔기두를 안내하려고 하고 있었다. 귀족의 여관에서는 귀족과 결혼할 신부가 귀족보다 먼저 길가메시와 밤을 함께 하기 위하여 연회 준비가 행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엔기두 일행이 우루쿠 광장에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엔기두 일행의 둘레에 모여들었다. 엔기두가 광장에 멈추어 섰다. 엔기두를 본 우루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중얼거렸다. <저것을 보라. 마치 길가메시와 똑 같은 용자이다.> <아니야. 신장은 길가메세보다 작지만 팔뚝은 왕보다 강해 보인다.> <그는 야수의 젖을 마시고 자란 모양이다. 반드시 이 나라에서 제일가는 자임에 틀림이 없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느낌을 말하였다. 우루쿠 사람들은 기뻐하고 있었다. 엔기두를 데리고 온 귀족은 큰 소리로 말하였다. <마침내 길가메시왕을 쓰러뜨릴 영웅이 나타났다. 저 오만한 길가메시왕과 싸울 수 있는 용자가 우루쿠에 찾아왔다.> 누구나 귀족의 말을 수긍하고 환성을 질렀다. 귀족은 엔기두를 자신의 여관으로 안내하고 안으로 들어가도록 권했다. 여관 안에서는 신부들이 자리에 누워서 길가메시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엔기두는 귀족의 권함에 목을 두르자 귀족과 창부만이 여관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그리고 엔기두는 여관 앞 문전에 우뚝 서서 길가메시가 오는 것을 참을 성 있게 기다렸다. 이윽고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신들이 축복하고 신들과 같은 힘을 받아 폭군이 된 길가메시가 귀족의 여관으로 가까이 왔다. 귀족의 여관 문 앞에는 지금까지 길가메시가 본 일이 없는 용자가 양다리를 벌리고 길가메시가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길가메시는 자신의 초야권을 방해하는 자의 출현을 분노하였다. 갑자기 엔기두가 포효하였다. 그 소리를 듣고 길가메시의 전신에 피가 솟아올랐다. 길가메시가 포효하였다. 귀족의 여관 문전에서 두 사람의 영웅이 두 마리의 소처럼 격돌하였다. 땅이 크게 흔들렷다. 귀족의 여관의 문이 부서지고 그 벽도 무너졌다. 두 사람은 싸웠다. 서로의 굵은 팔이 서로의 목을 졸였다. 싸우고 있는 네 팔뚝의 현관이 크게 부풀어 파열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의 힘은 서로 백중했다. 오랜 시간 두 사람은 싸웠으나 승패는 가려지지 않았다. 돌연 길가메시가 힘을 빼자 몸을 엔기두에게서 떨어졌다. 두 사람의 숨은 싸 올랐다. 서로 힘을 다 내고 있었던 것이다. 길가메시가 두 무릎을 땅에 대고 하하하고 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엔기두도 마찬가지였다. 길가메시의 몸에서 분노가 꺼지고 있었다. 동시에 길가메시의 거친 분노가 차차 꺼져 감을 느꼈다. 길가메시의 마음속에서부터 폭력과 악으로 지재되고 있던 정신이 지워진 것이다. 엔기두와의 싸움이 길가메시에게 총명한 왕으로서의 마음을 돌이킨 것이다. 엔기두가 길가메시에게 향해 말했다. <길가메시시여 너의 어머니 는스는 너를 우루쿠의 제일인자로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강함이 소와 같은 용자이다. 이제 싸워보니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신들은 너를 사람들의 왕으로서 인정했다.> <엔기두 너야말로 용자의 이름에 걸맞은 남자이다. 너를 능가할 남자는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 너야말로 참 영웅이다.> 두 사람은 서로 칭찬하였다. 길가메시는 일어서서 오른팔을 엔기두에게 벌리고 일으켰다. 두 사람은 서로 오른 손을 강하게 잡았다. 이제 처음으로 길가메시는 진실한 벗을 얻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