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 전설/소설 길가메시서사시

제5장=영웅들의 해후

간천(澗泉) naganchun 2017. 6. 8. 03:52



5=영웅들의 해후



<자 갑시다.>창부가 엔기두의 가슴에서 얼굴을 들어 그렇게 말하였다. 창부는 마치 엔기두의 어머니처럼 그를 일으켜 세워 우루쿠를 향하여 걷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걸었다. 창부가 발을 끌듯이 걷는 것을 보고 엔기두는 도중에서 양치는 집에서 숙박하기로 하였다. 엔기두는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았으나 창부의 몸을 생각한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진 마음이 싹튼 것이다. 양치기 집에서는 마치 저녁 식사 중이었다. 큰 테이블에 둘러싸여 여러 사람의 양치기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엔기두는 처음으로 테이블 위의 음식물이나 음료수를 보고 놀랐다. 지금까지 엔기두는 야수의 젖을 마시고 자란 것이다. 창부가 엔기두를 테이블 앞에 앉혔다. 한 사람의 양치기가 빵과 다른 먹을 것을 그리고 맥주를 엔기두 앞에 배열하였다. 엔기두는 놀란 듯이 그것들을 보기만 할 뿐이었다. 빵을 먹을 것도 맥주를 마실 것도 엔기두는 몰랐다. 또 그것들을 어떻게 먹는지 알지 못하였다. 엔기두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창부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친절히 말하였다. <엔기두여 식사를 시작합시다. 그것이 인간의 정해진 일입니다. 빵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것이 이 나라의 습관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자신의 입에 빵을 넣고 맥주를 마셔 보였다. 창부는 엔기두의 자긍심을 상하지 않게 자신이 본을 보여줌으로써 그에게 식사 방법을 가르친 것이다. 창부에게서 배워 엔기두가 빵을 입에 넣고 맥주를 마셨다. 빵의 달콤함과 맥주의 쓴 맛이 엔기두의 입안에 퍼졌다. 달다고 느꼈다. 처음으로 먹어본 음식과 음료수를 먹고 맥주를 일곱 잔이나 마셨다. 기분 좋게 취기가 엔기두의 전신에 퍼졌다. 기분이 들떠서 엔기두는 유쾌한 기분이 엄습해왔다. 식사를 하는 것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엔기두의 마음에는 일찍이 없었던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엔기두와 창부는 당분간 양치기 집에 체재하기로 하였다. 양치기 집에 체재하는 사이에 엔기두는 점점 인간다워졌다. 머리카락에 기름을 바르고 새 옷을 입은 엔기두는 결혼식의 신랑처럼 늠름하고 훌륭했다. 어느 날 밤 양치기의 장이 엔기두에게 상담을 청했다. 심야가 되면 늑대나 사자가 양치기집을 덮쳤다. 그래서 양치기들이 곤란하다고 한탄하였다. 이야기를 들은 엔기두는 무기를 들자 늑대를 잡고 사자를 때려잡았다. 이로써 느긋하게 잠잘 수가 있다. 양치기들은 엔기두에게 감사하였다. 엔기두는 용감한 남자로서 칭찬을 받았고 양치기들의 수호자가 되었다. 양치기들은 엔기두를 영웅이라도 보는 것처럼 존경하였다. <엔기두님 언제까지라도 여기에 계셔주세요.> 양치기 장은 엔기두에게 부탁하였다. 이 말을 들은 엔기두는 잠자코 수긍하였다. 양치기들과의 생활이 영원히 이어질 것인지 하고 생각되던 어느 날의 일이다. 양치기집에 한 사람의 귀족이 푸른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 귀족은 응대한 창부에 대하여 엔기두와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창부는 안방에서 자고 있는 엥기두에게로 가서 귀족이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알았다. 그 귀족을 데리고 오시오. 내가 이야기를 들읍시다.> 엔기두는 창부에게 말하고 귀족을 기다렸다. 곧 귀족이 서둘러 엔기두의 방으로 들어왔다. <귀족이시여, 무엇을 그리 서두르십니까?> 엔기두가 귀족에게 소리 질렀다. <엔기두님 당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당신의 힘을 빌리려고 우루쿠에서 찾아왔습니다.> 귀족은 그 말을 듣고 말하였다. <실은 나는 곧 결혼합니다 아내가 될 사람은 아름답고 게다가 정숙한 여자입니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는 나와 손을 잡는 것마저도 아니할 정도로 청렴한 여자입니다. 그런데 우루쿠의 길가메시왕은 초야권을 행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신부와의 첫날밤은 길가메시왕 것이고 남편인 나는 그 다음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귀족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귀족은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엔기두의 마음에는 분노가 타올랐다. 어찌 비열한 남자인가. 길가메시라 왕은. 용서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엔기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생각해내었다. 반드시 길가메시를 쓰러뜨린다. 강한 의지에 엔기두는 일어섰다. 마침내 두 사람의 영웅의 싸움이 가까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