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길가메시의 꿈
제4장=길가메시의 꿈
보통 길가메시는 꿈을 잘 꾸었다. 엔기두가 창부와 사귀던 그 때에도 길가메시는 긴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난 길가메시는 그 불가사의한 꿈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이기는 하지만 마음속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길가메시는 이유도 모르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길가메시는 침실을 나와서 어머니의 방으로 향하였다. <모든 것을 내다보시는 어머니시여 밤사이에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길가메시가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인 여신 닌스의 얼굴을 보았다. 어머니 닌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길가메시에게 돌렸다. 그것만으로 길가메시의 마음은 편해졌다. <어떤 꿈입니까?> 어머니 닌스가 물었다. <하늘에 별이 빛나는 밤이었습니다. 나는 그 빛을 받으며 귀족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별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나는 그것을 잡아들려고 하였으나 너무 무거워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길가메시는 일단 숨을 쉬고서 꿈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이윽고 우루쿠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그 별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러고서 내가 다시 한 번 별을 들어 올리려 하자 전원이 도와주었습니다. 간신히 나는 별을 들어 올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 꿈의 뜻을 알고 싶어서 어머니에게로 왔습니다. 모든 것을 내다보시는 어머니 닌스는 조용히 꿈을 풀이하였다. <길가메시여 잘 들어라. 너는 우루쿠의 대지에서 낳아 그 대지에 의하여 자랐다. 참으로는 너는 우루쿠 대지를 지키는 자로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될 인간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너는 그 대지를 어지럽히는 자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말하고서 어머니 닌스는 조금 사이를 두고 길가메시의 얼굴을 보았다. 그 시선의 강함에 길가메시의 마음이 고마웠다. 어머니 닌스가 다시 말하기 시작하였다. <하늘의 신들은 너에게 실망하여 산 속에 너와 대항할 수 있는 남자를 만들어냈다. 혜택이 많은 산이 그 남자를 키워서 너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인간이 되었다. 곧 그 남자가 네 앞에 나타날 것이다. 우루쿠 나라 안의 사람들은 그것을 기뻐하여 남자에게 입을 맞추겠지. 그리고 너는 그 남자와 싸우게 될 것이다. 꿈이 그렇게 알리고 있다.> 어머니 닌스는 길가메시의 꿈을 풀이하고 어질게 길가메시를 보았다. 꿈의 불가사의함을 해소시킨 길가메시의 마음속에 불끈불끈 아직 보지 못한 남자에 대한 대항의식이 솟아나는 것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그날 밤 길가메시는 다시 다른 꿈을 꾸었다. 이튿날 아침 길가메시는 다시 어머니 앞에 섰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어머니시여, 밤새에 다시 다른 꿈을 꾸었습니다.> <이번은 어떤 꿈이었나?> 어머니 닌스가 어제와 같이 어진 미소를 지었다. <우루쿠 광장 도로에 하나의 도끼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보통의 도끼가 아니고 모양이 이상한 도끼였습니다. 도끼의 둘레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도끼를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도끼를 보자 어쩐지 기뻤습니다. 나는 곧 도끼를 손에 잡고 마치 사랑하는 여성처럼 그 도끼를 소중하게 다루어 내 곁에 놓았습니다. 이 꿈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까?> 어머니는 곧 꿈을 풀지 아니하고 잠시 생각했다. 그사이의 시간이 길가메시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였다. 나쁜 꿈일까. 무슨 나쁜 일을 알려주는 것일까. 길가메시의 심장이 크게 쿵쿵거렸다. <그 꿈은 어제 말한 꿈의 연속이다. 길가메시여 너는 지금까지 만나본 일이 없을 정도로 강한 남자와 싸우게 된다. 그러나 만일 너의 마음에 우루쿠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남자와 일생 변하지 않은 우정을 가질 수가 있겠지. 네가 본 꿈은 그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 닌스는 짧게 꿈을 풀이하고서 길가메시를 똑 바로 보고서 말을 계속하였다. <나의 사랑하는 길가메시여 신들의 축복을 받아 태어난 길가메시여, 신들과 똑 같은 힘을 가진 길가메시여, 우루쿠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라.> 어머니 닌스가 엄하게 말하였다. 그러고서 다시 어질게 길가메시에게 말하였다. <자, 이젠 가거라. 길가메시여, 신들이 정한 운명에 따르는 것이다.> 길가메시는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