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화 작가 ‘이솝’ 이야기
2, 우화 작가 ‘이솝’ 이야기
1. 세상에 없는 추남이었다
<이솝(Aesop)>은 기원전 6세기경에 살았던 사람으로 <부류기아>지방(소아시아 서부의 내륙)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모리온> 출신의 <그리스>인이다. 최초의 신분은 노예로 후에 자유인(개방인)이 되었다.
<이솝>은 당초에는 운명에 의해서 노예가 된 사람으로 그의 신분은 노예였지만 그의 혼은 자유였다. 노예였기 때문에 그의 몸은 많은 지방과 여러 신분으로 바뀌어 살았지만 혼은 그 자리를 일탈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노예이외의 아무 것도 아닐 뿐 아니라 그 보다 후세대의 어떤 인간보다도 꼴이 흉했다. 흑인인데다 엄청나게 꼴이 흉하여 머리는 우툴두툴하고 사팔뜨기, 대구 알 같은 입술. 북 같은 배, 평발에다가 곱사등, 납작 코, 어디를 보아도 그 용모는 추남이었다. 그에게서 최악인 것은 벙어리라 할 정도로 심한 말더듬이여서 음성의 표가 없고 언어가 명료하지 않았던 일이다. 만사가 <이솝>에게는 노예로 태어난 것 같이 생각되었다. 몸이 이처럼 기이하게 생긴 남자가 노예로서의 그물눈에서 벗어났다면 그것이야말로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 남자의 몸은 이러했다. 선천적으로 빈틈이 없이 그의 지혜와 통찰력 그리고 화술은 특히 뛰어났다.
2. 무화과를 먹지 않은 증거를 대다
주인은 언제나 말이 없고 바깥나들이를 할 수 없는 <이솝>에게는 밭일을 하게 했다. 그런데 <이솝>은 말을 하지 못해도 지성의 편린을 나타내었다. 어느 날 주인은 한 사람의 농부에게서 가장 좋은 무화과나무 열매를 선물 받았다. 그래서 주인은 종들에게 말하였다. “<아가도프스>야, 이것을 받아서 나를 위하여 두어라. 그리고 목욕을 하고 점심을 먹은 다음 이것을 나에게 가져오라.”
그런데 <아가도프스>는 무화과를 받고 배가 고팠으므로 그 중에서 한두 개를 먹고서 자기의 노예 친구인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이 무화과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둘이서 이 무화과를 먹자. 그리고 주인이 요구하면 주인에게 말하면 된다. <이솝>이 무화과를 먹어버렸습니다 라고 그렇게 말하면 <이솝>은 말더듬이이니까 변명할 수가 없을 터이니 그냥 넘어갈 것이다.” 이러고서 무화과 옆에 앉아서 무화과를 다 먹어버렸다.
주인은 목욕을 하고 점심을 먹은 다음에 <아가도포스>에게 무화과를 가져오라 했다.
그러자 <아가도포스>가 말하였다. “주인님 <이솝>이 좋은 기회를 잡고 창고에 들어가서 무화과를 먹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격노해서 <이솝>을 불러서 말하였다.
“나에게 말해라. 이 시원치 못한 놈아. 이렇게까지 나를 바보로 만들고 창고에 들어가서 나를 위하여 준비했던 무화과를 먹어버리다니!”
<이솝>은 그 말을 듣고서는 혀가 무겁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주인의 무릎에 몸을 내 맡기고 잠간 기다려 달라고 몸짓으로 말하였다. 그리고 병을 잡고 미지근한 물을 섞어 담고 대야를 앞에 두고 마셔서 손가락을 자기 입에 찔러 토해내었다. 뱉어낸 것은 이제 마신 물뿐이었다. 그리고 앞에 있는 <아가도포스>와 그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요구하였다.
주인은 <이솝>의 지혜에 경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노예들은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토해내자 무화과를 내뱉었다.
이 때 주인은 말하였다. “어찌하여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무고하였는가.“ 하고는 옷을 벗기고 매를 치게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확실히 알았다. 남에게 덫을 씌우는 자는 자기 자신에게 그러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3. <이솝>이 말을 하게 되다.
다음 날 주인은 도시에 나갔다. 한편 <이솝>은 들에서 밭일을 하고 있을 때에 <이시스>의 여신관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을 피하여 들판에 찾아왔다. 거기서 여신관은 상대가 들을 수는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몸짓을 섞어서 동네로 통하는 길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솝>은 여신관을 나무가 깊숙한 곳으로 안내하여 그녀 앞에 먹을 것을 준비하고 우물로 뛰어가서 물을 퍼서 마시게 하였다. 그리고 손을 잡고 여신관을 동네로 바로 통하는 길을 안내하였다.
여신관은 하늘에 두 팔을 벌리고
“<이시스> 신이시여, 저 농부가 나뿐 운에 말려들어 있으니 경건한 자가 되게 하시고 불쌍히 여겨서 적어도 말이라도 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시옵소서.” 하고 기도하고 그 자리를 떴다.
<이솝>은 밭에서 돌아오자 고열로 피곤해져서 깊은 잠에 빠졌다. 잠이 깊이 들었는데 꿈에서 운명의 여신이 옆에 서서 그를 위하여 최선의 말과 변설의 기민함과 다채로운 우화로써 독창적인 이야기의 발명의 재능을 주었다.
<이솝>은 잠을 깨고서 말하였다. “아, 참 잘 잤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아름다운 꿈도 꾸었다. 게데가 지장이 없이 말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수나귀, 괭이. 신이 들려서 이렇게 좋은 일이 나에게 일어난 이유를 알았다. 손님을 경건하게 대우하였으므로 그 공으로 이렇게 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과연 아름다운 일을 하는 자에게는 아름다운 희망을 준다는 것이다.”
4. <이솝>이 팔려가다
<이솝>은 매우 기뻐서 다시 괭이를 들고 밭을 일구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제나스>라는 노예 감독이 찾아와서 작업을 게을러한 노예의 한 사람을 곤봉으로 때렸다. 그러자 <이솝>은 동정하여 큰 소리로 말하였다. “아니, 조금도 잘못한 일이 없는 자를 왜 그렇게 못살게 굴어 하루 종일 이유도 없이 채찍질을 하는가. 이 사실을 주인에게 낱낱이 알리겠다.”
감독인 <제나스>는 말하지 못하던 <이솝>이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서 “<이솝>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나에게 칼날을 돌렸다. 그놈보다 먼저 쳐야 하겠다. 주인이 돌아오면 호소해서 나를 감독의 자리에서 내쫓을 생각이니까.” 하고 생각했다.
<제나스>는 서둘러서 나귀를 타고 동네로 나갔다. 그리고 주인에게 가서 말하였다.
<이솝>이 말하기 시작했는데 말하기 시작하자 인간의 자연에 대하여 있는 일 없는 일을 말하고 있는데, 그에게 심한 벌을 내리십시오. 주인님이나 신에게 대해서도 크게 욕을 하고 있거든요.“
주인은 격노하여 <제나스>에게 말하였다. “가거라. 지금부터 너에게 권한을 줄 것이다. 팔든지 남에게 주든지 죽이든지 그 놈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
이리하여 <이솝>은 나귀를 사러온 무역상에게 팔리게 되었다.
무역상은 “이런 놈을 사라 하다니 놀리는 것인가. 이 병은 어디서 구한 것인가. 갈대인가 사람인가. 말을 하지 못한다면 가죽 부대와 같지 않은가.” 하고 말하였으나
<이솝>은 “나를 사십시오. 주인님의 노예창고에는 울면서 제멋대로 하는 어린노예들이 있지 않습니까. 나를 이용하여 다스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상인은 웃으며 그를 사서 “고마운 일이다. 대단한 것은 얻지는 못하였다. 그러니 돈도 들지 않았다.” 하면서 <이솝>을 데리고 갔다.
5. 여행가는 짐으로 빵 바구니 운반을 맡았다
새 주인인 상인을 따라 그의 집에 갔다. 노예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어머니가 돌보던 두 사람의 어린 노예가 <이솝>을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고 몸을 숨겼다. 그래서 <이솝>은 상인에게 말하였다.
“내가 약속한 일은 이제 증명되었습니다.” <이솝>이 노예들에게 인사를 하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저렇게 추한 노예를 사올 줄이야 주인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아무튼 집안 액땜으로 사들였으면 좋으련만.”
어느 날 상인이 들어와서 여행 준비를 하도록 노예들에게 말하였다. 이튿날 <아시아>로 여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바로 준비할 것을 나누었다. 그래서 그들은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서 신변 물품을 분담했다.
<이솝>은 빵이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두 사람이 운반해야 할만한)를 보고 이것을 자기 한사람에게 맡겨달라고 했다.
모든 사람들은 웃으며 그렇게 힘든 것을 맡으려는 바보는 없다고 말하였다.
<이솝>은 그 바구니를 어깨에 짊어지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면서 걸었다.
이것을 본 상인은 경탄하여 말하였다. <이솝>은 고생을 하는구나. 내가 지불한 값은 이미 찾은 거나 같다. 가축 한 마리 분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리하여 점심때가 되어서 일행이 쉴 때 <이솝>은 빵을 나누어 주라는 명을 받았다. 여러 사람이 먹었으므로 바구니 하나는 반으로 줄었다. 다시 저녁이 되어서 숙박할 때에 다시 빵을 나누어주어서 다음 날에는 완전히 바구니가 비었다. 그래서 빈 바구니만 짊어지고 일행의 선두에서 걸었다.
다른 노예들은 이제야 알았다. 이 검둥이가 누구보다도 현명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이렇게 해서 여행을 계속했다. 상인은 <에벤스>에 닿자 노예들을 좋은 값을 받고 팔았다. 그러나 문법학자와 하프 연주자(가수)와 <이솝>이 남았다. 그런데 상인의 한 사람이 “이 노예들을 다 팔려면 <사모스>로 건너가는 것이 좋다. 거기에는 철학자 <구산토스>가 살고 있어서 <아시아(후리기아)>나 <헤라스(그리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서 그의 밑에서 학문을 하고 있다. 그러니 노예들을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다.”
6. 철학자에게 팔려가다.
상인은 <사모스>도에 상륙하여 문법학자와 하프 연주자는 함께 새로 지은 의상을 입히고 두 사람을 진열대에 세웠다.
<이솝>은 전체가 볼품이 없어서 감추고 드러내고 할 곳이 없으므로 산양 가죽으로 만든 허름한 옷으로 두르고 두 사람 사이에 세웠다. 그러니 구경꾼들은 서로 이렇게들 말하였다.
“어찌 이 못생긴 놈이 붙어있는 것인가. 그 때문에 다른 것마저 볼품이 떨어지는데.” 그러나 <이솝>은 태연히 그들을 보면서 서 있었다.
<사모스>도에는 <구산토스>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구산토스>는 학생들과 함께 시장에 왔다. 그런데 두 사람은 잘 생겼으나 가운데 놈은 못 생긴 것을 보고 상인의 생각에 경탄하여 학생들을 향하여 말하였다.
“저 상인은 잘 생긴 노예들을 양쪽 가에 가운데는 못 생긴 놈을 세운 것은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점으로 추한 것을 나란히 세움으로써 저들의 덕을 두드러지게 보이기 위함이다.”
<구산토스>는 노예를 살 작정이었는데 두 사람의 노예(하프연주자 1000데나리온, 문법학자 3000 데나리온)는 비싸서 마음이 가지 않아 돌아가려 하였다.
그때 학생들이 말하였다. “선생님 노예는 선생님의 마음에 든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 하고 선생님은 대답하였다. “그러나 비싼 것을 사지 말고 싼 노예가 잘 섬긴다는 계율이 있다.”
그러자 학생 한 사람이 말하였다. “값비싼 것을 사지 말라 하시면 이 추한 놈을 사시지요. 그 놈도 똑 같이 섬기겠지요. 우리들도 공동으로 값을 치르겠습니다.”
“너희들이 값을 치러서 내가 노예를 산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게다가 아내가 미인이니까 보기 흉한 노예에게 섬김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의 주된 가르침은 여자의 마음대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그러면 그 전에 아까운 돈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하여 이 노예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시험해보기로 하자.”
<구산토스>는 <이솝>에게 말하였다.
“내가 사주었으면 좋겠느냐?”
그러자 <이솝>은 말하였다. “그런 것을 나에게 상담할 필요가 있습니까. 사든지 안사든지 주인의 생각대로이고 바라는 대로라면 지갑을 열어서 돈을 갚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바보 취급하는 것은 그만 두십시오.”
다시 <구산토스>가 말하였다. “너를 사들이면 도망치려하겠지.”
<이솝>이 웃으며 말하였다. “그러고 싶으면 주인에게 상담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꺼요.”
그러자 <구산토스>가 말하였다. “말은 고우나 너는 추남이다.”
그러자 <이솝>은 “주막에 가서 술을 사는 자에게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술병은 보기에는 못생겼지만 그러나 그 속의 술맛은 좋습니다.”
<구산토스>는 <이솝>의 지혜로운 점을 칭찬하였다. 그래서 상인에게 다가가서 말하였다. “얼마에 이놈을 팔 터인가.”
“당신은 값비싼 것을 제쳐 놓고 싼 것을 골랐는데 다른 것을 사시지요. 이것은 덤으로 드릴게요.”
그러자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아니요. 절대로 이 놈이라야 해요.”
“60데나리온으로 이놈을 사시오. 그래도 15데나리온을 소비했습니다. 저놈 때문에 그만큼 색깔을 붙인 것이오.”
그래서 <구산토스>는 <이솝>을 샀다.
그러자 세리들이 거래가 되는 것을 알고 판 사람이 누구이고 산 사람은 누구인지 조사하기 위하여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가 너무나 헐값이므로 이름 대는 것이 부끄러워하고 있노라니까 <이솝>이 가운데 서서 큰 소리로 말하였다. “사들여지는 것은 나다. 사들인 사람은 이쪽이다. 판 사람은 저쪽이다. 두 사람 모두 잠자코 있으니 물론 나는 자유인이다.”
그래서 <구산토스.>가 “나다. 75데나리온에 노예를 산 사람은”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세리들은 웃었다. <구산토스>에게는 세금을 면제하고 그 들은 그 자리를 떠났다.
7. 철학자 <구산토스> 부인이 받아주다.
<이솝>은 <구산토스>를 따라갔다. 그런데 태양이 중천에 떠있어 뜨거운 지열로 길은 타고 있는데 <구산토스>는 걸어가면서 겉옷을 걷어 올려 소변을 보았다.
<이솝>은 이것을 보고 말하였다.
“우리들을 곧 팔아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도망칠 것입니다.”
“어쩐 일인가?”
“이런 주인은 노예로서 섬길 수가 없습니다. 주인은 길에 자란 풀을 먹더라도 무서운 것이 없는데 자연의 용구인 휴식을 주기는커녕 걸으면서 소변을 보다니. 이런 형편이라면 우리들 같은 노예가 서둘러 섬길 때에는 달리면서 배설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구산토스>가 말하였다. “그런 일로 머뭇거리고 있었는가. 세 가지의 악을 피하고자 해서 걸으면서 소변을 본 것이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서있으면 나의 머리를 태양이 비칠 것이다. 또 소변을 보고 있는 동안 나의 두 다리는 지면이 태울 것이다. 다시 소변 냄새가 나의 코를 찌를 것이다. 그래서 이 세 가지의 악을 피하고자 걸으면서 소변을 본 것이다.”
<이솝>이 말하였다.
“걸으십시오. 주인님은 우리들을 설복시켰습니다.”
저택 가까이 도착하자 <구산토스>가 말하였다.
“<이솝>아, 우리 아내는 미인이라서 추남 노예가 섬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문 앞에서 기다려라.“
그런데 부인은 <이솝>의 얼굴을 보고
“이런 괴물을 자신에게 데리고 온 것은 나를 내쫓으려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주인은 전부터 내가 싫은 것이었다.“ 하고 말하였다.
그 부인은 참을 수가 없으므로 이혼하자고 말을 꺼냈다. 그래서 <이솝>은 발을 중앙에 내딛고 소리를 높였다.
‘철학자 <구산토스>는 공처가입니다. 마나님 당신의 남편이 당신을 위하여 사오기를 바란 것은 젊고 눈이 아름답고, 머리는 감기고, 살갗은 흰 노예로서 그 하는 일은 목욕탕에서까지 섬기고 나체인 그대를 바라보고 침실까지 맛을 보고 그대의 양다리 사이를 긁어주고 그대와 함께 붙어 이 철학자를 부끄럽게 하는 일이지요. 그런 것은 싫어요. <에우리피데스>여, 너의 거짓 없는 입은 황금에 맞먹고 네가 이렇게 말할 때에 해원의 파도에 수많은 노여움이 있고, 무섭기는 강과 뜨거운 불을 내 뿜는 것, 무서운 것은 빈궁함, 무서운 것은 무수히 많지만 여자만큼 여러 가지 해악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철학자의 아내이니까 아름다운 젊은이의 섬김을 거부하고 당신의 남편에게 모욕을 끼치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이 말을 들으니 어떤 반론도 할 수가 없어서
“이런 조악한 물건을 어디서 사왔어요? 그리고 지저분한 것은 말이 많은 것 같아요. 이 사람하고는 사이좋게 지내지요.” 하고 받아들였다.
8. 가치 있는 노예가 되다
<구산토스>가 가치 있는 인재를 사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이 생겼다. 이튿날 <구산토스>는 <이솝>에게 따라 오라고 하고서 야채를 사기 위하여 야채 농원에 갔다. 야채 묶음을 받고 <구산토스>가 돈을 치르려 하자 가게 주인이
“한 가지 문제를 풀어주기 바랍니다.”
“무슨 문제인가요?”
“도대체 어쩐 이유인가요. 야생 야채가 재배하는 야채보다 생명력이 왕성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런데 <구산토스>는 대답하기에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것은 신의 섭리에 따른 것이다.” 하고 어물어물 대답했다.
그런데 <이솝>은 주인의 소매를 끌어당기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런 대답은 내가 대답할 것까지 없다. 우리 집 노예를 남겨 둘 터이니 그 놈에게 들어 다오. 하고 말하십시오.”
주인이 돌아 가버리자 <이솝>은 야채 재배자에게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였다.
“대지와 식물의 관계는 어머니와 자식과의 관계와 같습니다. 어머니는 친 자식을 사랑하지만 의붓자식에게는 냉정합니다. 재배하는 야채는 의붓자식과 같아서 친 모자의 관계는 아닙니다.”
야채 재배자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감동하여 납득하였다. 그리고 <이솝>에게 밭에 있는 것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지고 가라고 말했다.
며칠 후 <구산토스>는 목욕탕에 가서 몇 사람의 친구들을 만나서 <이솝>에게 집에 먼저 돌아가서 콩을 냄비에 넣어서 삶으라고 말하였다.
<구산토스>는 친구들이 있는 앞에서 “내 대야를 가져 오라.”하고 말하자 <이솝>은 빈 대야를 두고 서 있었다. 그래서 <구산토스>는 “씻지 않은가?” 하고 말하자 <이솝>은 말하였다.
“당신이 우리들에게 명한 것을 우리가 들었을 뿐 ‘대야에 물을 넣고 나의 다리를 씻으라. 그리고 산달을 두어라.’ 라든지 그에 따르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구산토스>는 친구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산 것은 나의 노예가 아니었던가. 아니다 오히려 스승이었던 것 같다.”
다음에 친구들이 의자에 앉자,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이솝>아 콩은 삶았는가? 다오 먹어보자.“
그러자 <이솝>은 숟가락으로 콩을 떠서 <구산토스>에게 드렸다. 이것을 받고 <구산토스>는 씹어보고 말하였다. “잘 삶았구나. 가져 오너라. 먹자구나. 콩은 어디 있느냐?”
“콩은 당신이 가졌습니다.” 하고 그는 대답하였다.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네가 삶은 것은 콩 한 알인가?”
“예. 그런데 콩이라고 할 뿐 콩들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자는 단수인데 후자는 복수인 걸요.”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지자여러분 이 녀석은 나를 금방 미치게 할 작정이다.”
다시 <구산토스>는 친구들에게 무례자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혹시 돼지 한 마리분의 네 다리를 사 가지고 와서 삶아서 내 놓으라.”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이솝>은 그것을 솥에 넣어서 삶아내었다. 그런데 <구산토스>는 <이솝>이 밖에 나간 사이에 솥에서 다리 하나를 꺼내어 숨겼다. 이윽고 <이솝>이 들어와서 솥을 열어보니 다리가 셋이므로
자기에게 덫을 건 것이라 생각하여 가축우리에 내려갔다. 그리고 칼을 잡아 식료용 새끼 돼지의 다리를 잘라 솥에 쳐 넣어서 같이 삶았다.
한편 <구산토스>는 <이솝>이 남은 다리를 찾지 못하고 도망쳐버릴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어서 그것을 다시 솥에 넣어두었다. 이리하여 다리는 다섯 개가 되었다.
조금 있다가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이솝>아, 새끼 돼지의 다리를 삶았으면 다오. 먹자.” 그래서 <이솝>이 다리를 접시에 꺼내 놓으니 다리가 다섯 개였다. 그에 <구산토스>는 “이게 뭐야.”하고 묻는다. <이솝>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말하였다. “두 마리의 새끼 돼지는 다리가 몇 개인가요” <구산토스>는 ”8개이지“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이솝>은 말하였다. “여기 다섯 개 그리고 아래 다리 세 개인 새끼 돼지가 먹이를 먹고 있습니다.”
<구산토스>는 심히 화가 나서 친구들에게 말하였다. “이미 먼저 말한 것처럼 나를 미치게 하는 놈은 바로 이놈이라니까.”
9. 주인 부부를 이간시키고 합치다.
이튿날 <이솝>은 <구산토스>와 함께 한 강의에 출석했다. 이 때 학생 중 한 사람이 성대한 만찬을 준비해서 <구산토스>와 남은 학생들을 초대하였다. 이 때 <구산토스>는 식사하다가 남은 많은 요리를 거두어서 <이솝>에게 넘기며 말하였다.
“집에 돌아가서 호의를 베푸는 자에게 넘겨주어라.”
<이솝>은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우리 마나님에게 앙갚음을 할 좋은 기회이다.
내가 사들여왔을 때에 바보 취급을 한 앙갚음을 말이다.”
집에 돌아오자 바구니를 마나님 앞에 놓고 말하였다.
“이것은 모두 주인님께서 주신 것인데 마나님에게가 아니라 호의를 베푸는 자에게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개를 불러서 “어서 오너라. 류가이나여, 어서 먹어라. 너에게 주라는 주인님의 지시이니까.” 하고 말하면서 개에게 그 요리를 모두 주었다.
이리하여 개가 다 먹고 나자 <이솝>은 다시 주인에게로 갔다.
<구산토스>의 아내는 슬퍼서 말하였다.
“나보다도 개를 더 위한다. 저 사람에게 어찌하여 호의를 붙일 수가 있을까? 저 사람하고는 같이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침실에 들어가서 슬퍼하였다.
이 무렵 주연은 최고조에 달하여 서로 문제를 내기 시작하였다.
“인간의 세계에서 큰 혼란은 어찌하여 생기는 것인가?” 하고 한 사람이 말하였다. 그러자 뒤에 서있던 <이솝>이 말하였다.
“시체들이 살아 나와서 자기 것을 내 놓으라고 말할 때.”
그러자 학생들이 웃으면서 “영리한 자이다. 이 신참 노예는 불유쾌하지가 않다.
물론 만사 <구산토스> 선생이 즉흥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단지 만사를 아름답게 말하는 것은 따로 하고서 말이다.”
다른 한 사람이 말하였다. “양은 희생물로 끌려 갈 때에 우는 소리를 내지 않으나 새끼 돼지는 큰 소리로 울어대는 것은 무슨 때문인가?”
<이솝>이 다시 선 채로 말하였다.
“양은 젖을 짜거나 털이 깎기거나 하는 데에 익숙해서 끌려가더라도 따라간다. 뒤집히거나 칼날을 보아도 무엇이든지 의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새끼 돼지는 유용한 젖도 가지지 않았고 털도 가지지 않아서 자신의 피를 흘리게 하는 일은 고기를 쓰려고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아니까 소리를 지르는 수밖에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까.”
학생들은 경탄했다. 그를 칭찬했다. 그리고 만찬을 끝냈다.
<구산토스>는 집에 돌아가서 침실에 있는 자기 아내에게로 갔다. 그리고 아내에게 좋게 대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에게 등을 돌리고 말하였다.
“나에게 손대지 말아요. 나의 지참금을 나에게 돌려주세요. 이제 당신하고는 함께 있을 수가 없어요. 나갈 터이니 개에게나 잘 해주시오. 남은 요리를 보냈지요.”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누가 <이솝>을 불러다오.”
그리고서 그가 오자 <구산토스>는 물었다.
“누구에게 남은 요리를 주었는가?”
그러자 <이솝>은 말하였다. "호의를 베푸는 자에게요.“
<구산토스>가 “그녀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하고 말하자
<이솝>은 말하였다.
“그러니까 당신은 말했어야 했군요. ‘나의 아내에게 전해 달라고’ 호의를 베푸는 자가 아니고.”
<구산토스>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보았지. 아내여, 책임은 나에게 있지 않고 가져온 놈에게 있다는 것을, 아무튼 참아주세요. 그러면 구실을 찾아서 그 놈을 때려주겠어요.”
그러나 그녀는 “이제부터는 당신하고는 살지 않아요.”하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아내가 없어져서 <구산토스>가 의기소침해 하므로 <이솝>은 다가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마음 아파하지 말아요. 주인님. 내가 내일 마나님이 혼자서 돌아오게 할 터이니까.”
이튿날 <이솝>은 시장에 나가서 새들과 다른 물품을 사서 돌아올 때 마나님이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친정 종들 중에서 한 사람을 만나자 그에게 말하였다.
“참 형제여. 이 집에는 화조나 다른 물품 등 혼례용품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상대가 말하기를 “도대체 어째서 그런 물건이 필요하겠는가?” 하고 묻자
<이솝>이 “철학자 <구산토스>가 내일 여자와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어서요.” 하고 말하였다.
그 종은 그 말을 듣고 펄쩍 뛰면서 달려가서 <구산토스>의 아내에게 보고하였다.
그녀는 듣자마자 서둘러서 <구산토스>에게로 달려가서 그를 욕하여 말하였다.
“오 <구산토스> 내가 살아 있는 한 다른 여자와 붙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10. 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다
며칠 후 이번에는 <구산토스>가 학생들에게 식사에 초대하려고 <이솝>에게 제일 좋은 것을 사오너라.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사지 마라. 하고 말했다.
“주인님에게 가르쳐 드려야 하겠다.” 하고 <이솝>은 혼자 몰래 생각하고서 “자기가 바라는 것은 노예에게 맡기지 않고 확실히 이름을 붙이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돼지의 혀만을 사고 여러 가지 양념으로 맛을 들였다. 접시에는 모두가 돼지 혀뿐이다. 손님들은 처음에는 좋은 요리라고 칭찬했으나 끝에는 시들해 버렸다.
“확실히 말하지 않았느냐”. 하고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제일 좋은 것을 사오라고.” “그러나 혀보다 좋은 것이 있습니까?” 하고 <이솝>은 대답했다.
“혀야말로 시민생활의 유대, 지식의 힘줄, 진리와 이성의 도구입니다. 혀의 힘으로 도시도 건설되고. 다스려집니다. 교육도, 설득도, 의회를 지배하는 것도 또 신들을 찬양하는 것도 모든 의무 중에서 제일로 힘쓰는 일이 되는 것도 혀의 공입니다.”
“좋아. 그렇다면.”하고 <이솝>에게 혼을 내 주려던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내일은 제일 나쁜 것을 사오너라. 이 손님들이 내일도 올 것이니까. 취향을 바꾸고 싶은 것이다.”
11. 혀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다
이튿날에도 <이솝>은 전날과 전혀 같은 것을 내 놓고 “혀는 세계에서 가장 나쁜 것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혀야말로 모든 말다툼을 낳는 어미이니까, 소송을 키우는 어미, 분열과 전쟁의 근원입니다. 혀는 진리의 도구라 하지만 동시에 틀린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나쁜 것은 남을 위협하는 도구도 됩니다. 혀의 힘으로 도시를 파멸로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고, 나쁜 것을 믿게 하기도 합니다. 혀는 신들을 찬양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신의 힘에 대하여 욕하는 말도 합니다.”
이것을 듣고 학생의 한 사람은 <구산토스>에게
“선생님 이런 놈에게 잡혀있으면 선생님을 미치광이로 만들어버릴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12. 주인이 취중에 한 약속
어느 날 다시 주연이 벌어졌다. <구산토스>는 친구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서 주연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여러 가지 설문이 나왔다. 그러자 <구산토스>가 흥분해 있으므로 <이솝>은 싸움이 될 줄 알고 말하였다.
“주인님, 술에는 삼 단계가 있습니다. 제일 단계는 도연히 쾌락을 즐기는 것, 제이단계는 전후를 깨닫지 못하는 명정에 빠지는 것, 제삼단계는 미치광이의 주정입니다. 그런데 주인님도 이미 과음을 하셔서 유쾌해졌으므로 그만 두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구산토스>는 취했으므로 말하였다.
“잠잠해라. 충고는 명부(冥府)의 숙소에 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자 <이솝>은
“물론 주인님은 명부의 숙소에 끌려 떨어질 수가 있을 것이오.”
그때 학생 한 사람이 <구산토스>가 취해서 추태를 벌리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선생님, 인간에게는 무엇이든지 가능한가요?”
<구산토스>가 말하였다.
“누구냐. 인간의 논의를 시작한 놈은. 인간은 무엇이든지 하고 어떤 일이라도 가능하다는데.”
그래서 학생은 말하였다.
“인간은 바다 물을 마셔서 마르게 할 수가 있을까요?”
그러자 <구산토스>는 “그렇지” 하고 말하였다. “나 자신도 바다 물을 마셔서 마르게 할 수가 있다.”
다시 학생이
“그러나 마셔서 마르게 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할까요?” 하고 말하자.
<구산토스.>는 술에 취해있었으므로 말하였다.
“나의 전 재산을 걸고 약정을 맺자.” 이리하여 그런 조건으로 반지를 내 놓고 약정을 유효하게 하였다.
이튿날 아침 <구나토스>는 일어나서 세수를 하려고 손을 씻는데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솝>에게 물으니 그는 말하였다.
“모릅니다. 알고 있는 것은 선생님은 선생님의 재산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밖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솝>은 말하였다.
“어제 주석에서 선생님이 전 재산을 걸고 바닷물을 마셔서 마르게 하겠다고 약정을 교환하여 반지를 내놓은 것입니다.”
<구산토스>는 말하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내가 바닷물을 마셔서 마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너에게 부탁한다. 네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경험으로 가능하다면 나를 도와다오. 어떤 구실을 붙여서 나를 이기게 하든지 혹은 약정을 해소할 수 있게 해다오.”
<이솝>은 말하였다.
“이길 수는 없지만 해소시키는 것이라면 한 번 해보겠습니다.”
13. 주인의 곤경을 풀어주다.
약속한 날이 오자 <사모스>사람들은 철학자가 부끄러워하며 항복하는 모습을 보려고 해안에 모여들었다.
<구산토스>는 이길 것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대와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어린 종으로부터 바닷물을 채운 주걱을 들고 이렇게 말하였다.
“<사모스.>의 여러분 얼마나 많은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오는 지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그런데 내가 마시겠다고 약속한 것은 바닷물뿐이지 거기에 흘러 들어오는 강물까지 마신다고는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제자들로 하여금 여기로 흘러들어오는 강물을 막아 주시오. 그런 다음에 곧 내가 바닷물을 마셔서 마르게 할 것입니다.”
<사모스>사람들은 그를 칭찬하여 경탄하고 박수갈채를 쳤다. 학생은 이런 때에 <구산토스>의 발밑에 엎드려 상대의 승리를 인정하고 계약을 해소해 달라고 간원했다. 민중들이 졸라대므로 <구산토스>는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그들이 집에 돌아가자 <이솝>이 <구산토스>에게 다가가서 말하였다.
“주인님의 부탁으로 전 재산을 지켜내었으니까. 나는 자유를 얻어도 좋은 것이 아닙니까?”
그러자 <구산토스>가 그를 욕하여 이렇게 말하고 내쫓았다.
“내가 그런 기분이라도 들 줄 알고 어림도 없다. 그런 정도를 나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부냐.” 이에 <이솝>은 슬퍼졌다.
자유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감사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를 잡아 두는 것이 좋소. 내가 당신에게 거꾸로 다시 덤빌 것이오.“
14. 능묘의 글자를 풀이하다
수일 후 <구산토스>는 <이솝>을 데리고 능묘에 가서 여기저기 관에 조각된 비명을 읽어서 혼자서 흥겨워하였다. 이때 <이솝>이 어떤 관에 ΑΒΔΟΕΘΧ라는 자모가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보고 <구산토스>에게 보이고 이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였으나 그 설명을 할 수가 없어서 모른다고 인정했다.
그러자 <이솝>이
“이 비문에 의하여 아, 주인님 재보가 있는 곳을 주인님께 알리면 나에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그래서 그는 “재보를, 너의 자유와 황금의 절반을 가지면 좋다.”
“만일 내가 이 문자를 써서 황금을 찾아 드리면” 하고 <이솝>은 말하였다.
“무엇을 상으로 주시겠습니까?”
<구산토스>는 자유와 황금의 절반을 준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는” 하고 <이솝>은 이어서 “이 기둥에서 4보 떨어진 곳에 재보가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대로 지면을 조금 파내자 황금이 나왔다.
철학자는 약속을 지킬 것을 강요당하였다. 그런데 그는 꼬리를 흐렸다.
“이 문자의 읽는 법을 나에게 가르쳐주기 전에는 신에게 맹세하고 너를 해방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는 이제 발견한 재보보다도 더 귀중한 보물이 될 터이니 말이다.”
“여기에 새겨진 것은” 하고 <이솝>은 말을 이어서
“A=떨어져서. B=걸음. ⧍= 4. O=파라. E= 너는 찾을 것이다. Θ=재보를. X=황금의 곧 4보 뒤로 물러나서 파면 보물울 찾을 것이라는 말의 머리글자입니다.“
“네가 이렇게 지혜가 있는 자인 이상” 하고 <구산토스>는 “너를 놓아 준다는 것은 틀린 일이다. 그러니 내가 너를 해방시켜줄 것이라는 희망은 버려라.”
“그렇다면 나는" 하고 <이솝>은 말하였다.
“디오뉴시오스왕에게 당신을 고소할 것입니다.
이 금은 <디오뉴시오스왕>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자는 그런 의미를 나타내는 다른 말의 머리글자이기도 하니까요. 곧 A=돌려주어야. B=왕에게. ⧍= <디오뉴시오스에게. o=(찾은) 것을. E= 찾았다. Θ=재보를, X=황금의”
겁이 난 철학자는 <이솝>에게 황금을 나누어 줄 터이니 입 밖에 내지 말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이솝>은 나누어 주어도 감사해 할 기분은 전연 없다. 왜냐하면 문자는 세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게 되어서
“A =주워서. B= 걸어가라.⧍= 나누어 가져라. O=(찾은)것을. E=너희들이 찾은. Θ=재보를 X =황금의” 돌아갈 때에는 찾은 것을 너희들이 나누어 가져라“는 의미도 되니까 단언하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구산토스>는 오늘 일어난 일을 세상에 말해 다니지 않도록 <이솝>을 감금하여 발에 사슬을 걸겠다고 명령 했다.
“그런데” 하고 <이솝>은 소리쳤다.
“철학자란 것은 이렇게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까. 좋을 대로 하세요. 결국 나를 해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오.” <이솝>의 예언은 적중했다.
15. 돌발 사건을 풀이하고 자유인이 되다.
그 당시 <사모스>에는 다음과 같은 사건이 돌발하였다. 천제의 의식이 행해지는 중에 갑자기 독수리가 내려와서 도장을 낚아채고 노예의 호주머니에 떨어뜨렸다. <사모스> 사람들은 대소동이 일어나서 그 전조가 무엇인지 걱정에 휘말렸다. 그래서 <구산토스>에게 간원하게 되었다. <사모스>사람들을 위하여 그 전조를 풀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산토스>는 매우 곤란해졌다. 얼마 동안 말미를 얻어서 집으로 돌아와서 <이솝>의 조언을 구했다.
이튿날 회중의 한가운데에 서서 <구산토스>는 <이솝>과 입맞춤 한 대로 참가자들에게 “전조를 푸는 방법이나 새를 점치는 법을 배운 바는 없으나 여기에 있는 나의 종은 여러 가지의 경험을 한 바가 있어서 이이가 문제를 풀어줄 것이오.” 하고 연설하였다.
참가자들은 곧 <이솝>에게 말하라고 했다.
<이솝>이 단상에 오르자 사람들은 웃었다. 너무나 추남이었기 때문에 이런 사나이 입에서 훌륭한 대답이 나올 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솝>은 “여러분 병의 모양이 아니라 병 속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고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이솝>에게 질문하였다.
이에 먼저 “어쩌다가 주인과 노예 사이에 명예를 건 논쟁이 일어났다고 합시다. 노예는 서투르게 말하면 때려 맞을 것입니다. 주인보다 훌륭하게 말하면 역시 때려 맞겠지요. 여러분들이 나에게 자유를 준다면 나는 지금 두려움 없이 묻는 것에 대하여 여러분들에게 말하겠어요.” 하고 말하였다.
<사모스>사람들은 <구산토스>에게 <이솝>을 노예의 신분에서 해방해주도록 말하였다. <구산토스>는 떨떠름하지만 <사모스>도 평의원들이 말하고 청을 하므로 <이솝>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솝>은 자유를 얻었으므로 한가운데에 서서 말하였다.
“<사모스>도민 여러분, 독수리는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조류의 왕입니다. 한편 이것이 통수권의 반지를 낚아채어 노예의 호주머니에 넣었다는 것 이것이 전조는 분명히 <사모스>도 사람들이 지금 예속의 위험으로 위협당하고 있는 것으로 도장을 낚아챈 독수리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어딘가의 국왕을 의미하고 있는 것입니다.”
16. <리디아>나라에서 조공을 요구하다.
<사모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의기소침해졌다. 그 후 곧 소아시아에 강대한 세력을 자랑하던 <리디아> 나라에서 사자가 찾아왔다. 그래서 <사모스> 사람에게 “조공을 해라 . 아니면 개전할 뜻이 있다.” 하고 알렸다.
당시의 <리디아>의 왕은 <구로이소스>였다.
그래서 <구로이소스>왕에게 조공을 바치기로 하고 <이솝>에게도 물어보기로 하였다.
그러자 <이솝>은 말하였다.
"당신네들의 집정관이 왕에게 조공을 하기로 한 것을 이미 제안한 것이니까 구태여 진언하는 것은 그만 두고 당신들에게 한 가지 비유의 말을 하겠다.
그런 후에 조공을 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운명이 인생에게 두 가지 길을 나타내어 보여주었다. 하나는 자유의 길인데 이것은 처음에는 험난한 길이지만 끝에는 평탄하다. 또 하나는 노예의 길인데 그 처음은 안락해서 걷기 좋으나 끝에는 고통이 충만하다.“
17. <리디아> 나라 왕이 <이솝>을 요구하다
이 말을 듣고 <사모스>사람들은 박수갈채를 쳤다.
“우리들은 자유인이니까 자진해서 노예가 되는 일은 없다.” 그리고 사절을 화평조약을 가지지 않은 채로 돌려보냈다.
<구로이소스>왕은 이것을 알고 <사모스>사람들과 전쟁을 일으키려 하였다.
그러나 사절이 복명하여 말하기를 그들에게 <이솝>이라는 자가 있어서 지혜를 쓰는 한에는 <사모스>사람들을 멋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할 수 있다면 아아, 왕이시여 사절들을 보내어서 그들에게 <이솝>을 넘기라 하는 것입니다. 그놈 대신에 다른 은혜를 베풀고 부과했던 조공을 중지한다고 그들에게 약속하여 그렇게 한다면 그 때야말로 곧 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구로이소스>왕은 사절을 파견하고 <이솝>을 넘기도록 요구하였다.
<사모스>사람들은 이것을 넘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솝>은 이런 사실을 알고 말하였다.
“<사모스>의 여러분, 나도 왕에게로 갈 수 있다면 대단히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한 가지 우화를 말하고 싶습니다. 생물들이 같은 말을 쓰고 있던 시대에 여우와 양들이 전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개들이 양들과 한 패가 되어서 함께 싸워 여우들을 물리쳤습니다. 여우들은 사절을 파견하여 양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그리고 전쟁의 걱정을 없애고 싶다면 개들을 이리로 넘겨주어야 한다.' 그러자 양들은 어리석게도 그 말을 따라서 개들을 넘겨주자 여우들은 개들을 먹어치우고 양들을 간단히 파별시켰습니다.“
18. <사모스>를 해방시키다
<사모스>사람들은 우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솝>을 붙잡아 두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는 받아들이지 않고 사절들과 함께 배를 탔다. 그리고 <구로이소스>왕에게로 갔다. 일행이 <리디아>에 도착하자 왕은 <이솝>을 보고 화를 내어서 말하였다.
“봐라. 저런 섬을 복종시키려 하는 나를 방해한 놈이 이런 놈이라니”
그러자 <이솝>은 “대왕임 폐하의 앞에 온 것은 힘에 의한 것이 아니요, 게다가 필연에 의한 것도 아니요, 자신의 선택에 의하여 온 것입니다. 이에 참고 내 말을 조금 들어주세요.
한 남자가 메뚜기를 잡아 모아서 죽이고 있었는데 매미까지 잡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죽이려고 하니 그 매미가 말하는 것입니다. 함부로 나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왜냐하면 나는 보리 이삭을 해치는 일도 없고 다른 어떤 일도 당신에게 부정한 짓은 아니 합니다. 내 속에 있는 막을 움직여서 유쾌한 소리를 내고 길을 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할 뿐입니다. 그러니 소리 이외로 나로부터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나이도 이 말을 듣고 놓아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폐하의 다리 밑에 의지하렵니다. 나를 죽이지 말아주십시오. 나는 누구에게나 부정한 짓을 할 수 없고 불쌍한 몸으로 고귀한 비유의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왕은 경탄하여 말하였다.
“<이솝>아. 그대에게 목숨을 준 것은 내가 아니다. 운명이다. 그래서 무엇을 바라는가. 구하라 그러면 얻으리라.”
그러자 그는 “폐하께 부탁합니다. 임금님 <사모스> 사람들을 해방시켜주십시오.”
그러자 왕은 “해방시키자.” 하고 말하므로 <이솝>은 땅에 엎드려 그 은혜에 감사하고 그 후 스스로의 손으로 우화집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 그리고 <이솝>은 <구로이소스>왕으로부터 <사모스> 사람에게로 편지(<이솝> 덕택으로 그들이 해방되었다는 내용)와 많은 선물을 받아서 <사모스>도로 돌아갔다.
이리하여 그는 <사모스> 사람들에게 왕의 편지를 읽어주고 <사모스> 민중으로부터 자기에게 주어진 자유를 자유로써 다시 갚은 것을 보여주었다.
19. <바빌론>의 재상이 되다
그 후 <이솝>은 <사모스>도를 떠나서 사람들이 사는 지역을 편력하여 이르는 곳마다에서 철학자와 대화를 했다.
<바빌론>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지혜를 피로하여 <바빌론>의 <류게로스>왕으로부터 고위의 벼슬을 하였다.
그 당시 각국의 왕들은 서로 평화를 지키고 오락을 위하여 서로 이지적인 문제를 써서 보냈다.
그것을 푼 측은 약정에 따라 보낸 측에서 공물을 받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같은 공물을 제공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 이유로 <이솝>은 <류게로스>왕에게 보내오는 문제를 보아 풀어서 이 왕의 평판을 높였다. 그런데 <이솝>은 아이가 없었으므로 가문이 좋은 계층에 속하는 한 사람 <엔고스>라는 아이를 양자로 하여 적자로서 <류게로스>왕에게 데리고 가서 보게 하였다.
그러나 때가 지나자 이 <엔노스>가 통치자의 측실과 간통하였으므로 <이솝>은 이것을 알고 집에서 내쫓으려 하였다.
그런데 <엔노스>는 <류게로스>왕에게 모반을 꾀하는 자들에게 <이솝>의 편지를 날조하고 이에 <이솝>의 도장을 찍어 왕에게 보냈다. 왕은 그 편지를 믿고 아무런 고문도 없이 반역자로 <이솝>을 처형하도록 가신인 <헤르미포스>에게 명하였다.
그러나 <헤르미포스>는 <이솝>의 친구라서 이때에야말로 친구를 도울 때라 생각하고 곧 한 무덤 속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이 인물을 숨겨 몰래 식사를 가져다 준 것이었다.
한편 <엔노스>는 <류게로스>왕의 명에 따라 <이솝>의 재상으로서의 전권을 이어 받았다.
20. <이집트>왕이 지혜 있는 자를 요구하다
얼마 지나서 <이집트>의 국왕 <니구데나포>는 <이솝>이 처형되었다고 들어서 즉시<류게로스>왕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내용은 “공중누각을 짓는 건축사와 어떤 문제라도 답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왕은 국내의 현자들을 모두 모아 협의했으나 모두 고개를 흔들 뿐 유효한 대답을 내지 못하였다.
이 때 왕의 가신인 <헤르미포>는 <류게로스>왕에게 나아가서 <이솝>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렸다. 그러자 왕은 기뻐하며 <이솝>을 데려오도록 명하였다.
왕은 그를 보자 수고를 해줄 것을 말하였다. 그리고 <이솝>의 무죄를 인정하였다. 다시 <이솝>을 함정에 빠뜨린 <엔노스>도 <이솝>에 의하여 사형을 면하였다.
<이솝>은 <엔노스>를 받아들여 미워하지 않고 다시 아들로서 마음을 쓰고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었다.
“내 아들아. 만사에 신의 위엄을 공경하고 왕을 존경하고 그리고 너의 적들에게는 위엄으로 대하여 너를 얕보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러나 친구에 대해서는 부드럽고 아량이 있는 자가 되어라. 그러면 너에게 호의를 나타내는 자가 될 것이다. 다시 적들에 대해서는 병이 나거나 가난해 지도록 기도해라.
그러면 너를 괴롭힐 수는 없을 것이니까. 그러나 친구에 대해서는 만사에 번영하기를 바라고 너의 처하고는 언제나 착실히 사귀어 다른 남자의 도발을 받는 일을 아내가 바라지 않도록 하라. 왜냐하면 여자란 뒤가 가벼워서 너무 애지중지 하지 않으면 좋지 못한 생각을 하니까 말이다.
말은 예리한 말로 듣는 이를 매료시키고 혀는 자제적인 자가 되어라. 번영하는 자에게 질투하지 말고 기쁨을 함께 하라. 왜냐하면 질투하면 너 자신을 해치는 일이 되니까.
너의 종들에게 마음을 쓰고 너를 주인이라고 무서워할 뿐 아니라 은인으로서 삼가게 하라. 보다 나은 일을 배우기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여자를 믿고 비밀을 말하는 일은 결코 하지 마라. 너를 끌어 내리려고 언제나 무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날마다의 빵은 여유 있게 구하라 그리고 내일을 위하여 저축해두어라. 목숨을 다하여 적에게 남겨두는 것이 살아서 친구가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애정을 다하라. 개마저도 꼬리를 흔드는 것은 빵을 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착한 사람으로서 변절하지 마라. 중상하는 자는 너의 집에서 내쫓아라. 네가 말한 일, 행한 일을 남에게 말해버릴 것이니까 말이다. 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일은 하고 결과적으로 고통을 주는 일은 하지 마라. 언제나 사특한 일은 품지 말고 나쁜 습관을 흉내 내지 마라.”
이러한 것을 <이솝>은 <엔노스>에게 교훈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말과 스스로의 양심에 화살이 박히듯이 박혔다. 스스로 목을 매달아 자진하였다.
21. <이집트>에서 난문에 답하다
<이솝> 일행이 <이집트>에 도착하자 즉시 난문에 대한 해답을 하였다. 각각 4마리의 독수리가 주머니에 아이를 넣어서 공중에 날아오르자 아이들이 하늘에서 “몰탈과 돌과 목재를 가지고 오라.”고 소리쳤다. 이에 <이집트>왕 <네구데나포>도 “<이솝>이여. 내가 패했다. 그러나 내가 그대에게 질문하고 그대는 나에게 대답해주기 바란다. 여기에 나의 암말이 있는데 이것을 <바빌론>에 있는 수말이 울면 곧 새끼를 밴다. 이에 대해서 그대에게 지혜가 있다면 말해주기 바란다.”
그러자<이솝>은 “내일 폐하께 대답하겠습니다.”
그러고 <이솝>이 퇴출하고서 종들에게 고양이를 잡아서 그 고양이를 공연히 채찍질하면서 데리고 돌아다니라고 했다. 그런데 <이집트>사람들은 이 생물을 공경하고 있었으므로 이 재난을 <네구데나포>왕에게 상주했다.
왕은 <이솝>을 불러서 “<이솝>아. 우리나라에서는 고양이를 신으로 모시고 있는데 무슨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가?”
그러자 <이솝>은 “<류게로스>왕에게 부정을 저지른 것입니다. 아아. 왕이시여 저녁에 이 고양이가 <류게로스>왕이 가지고 있는 장닭-- 고귀하고 싸음을 잘하고 게다가 시각을 그에게 알려준다.--을 죽인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거짓말을 해서 부끄럽지 않은가. <이솝>아. 하룻밤 사이에 <이집트>에서 <바빌론>까지 갈 수 있는 고양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자 <이솝>은 웃으며 말하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아아, 왕이시여. <바빌론>에 있는 수말이 울었다고 해서 이곳의 암말이 새끼를 밸 수가 있습니까?”
왕은 이 말을 듣고 그의 현명함을 축복했다.
그 후 <이솝>은 <이집트>왕과 그 측근 학자가 내는 여러 가지의 난문을 보기 좋게 답하였다.
“당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여 그에 대하여 당신이 어떻게 답하는가, 당신에게 듣도록 나는 나의 신에게서 파견되었다.”
그러자 <이솝>은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이 인간에게서 배울 필요는 아무 것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라고 답하였다.
이번은 다른 사람이 말하였다. “큰 신전이 있는데, 그 안에 기둥이 있고 12 도시를 가지고 있다. 그 각각은 30개의 도리로 덮어있다. 그리고 이것을 두 사람의 아가시가 돌고 있다." 그러자 <이솝>은 답하였다. ”그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곧 신전이란 이 세계이고, 기둥이란 1년이고, 여러 도시란 달(매달)이고, 도리란 한 달의 날 수이고 낮과 밤은 두 아가시로 이 아가시들은 서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다시 “우리들에게 말해다오. <이솝>아. 우리들이 본 것도 들은 것도 없는 것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그러자 그는 “이에 대해서는 내일 여러분들에게 답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이솝>이 퇴출하여 증거문서를 만들었다.
거기에는 <이집트>왕 <네구데나포>는 합의에 따라 <바빌론>왕 <류게로스>에게 1000달란트의 부채를 진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튿날 <네구데나포> 왕에게 돌아와 보니 이 증거문서를 주었다.
그러나 왕의 친구들은 증거 문서를 개봉하기 전에 전원이 말하였다.
“그것은 본 일도 있고, 들은 일도 있다. 또 알고도 있다.”
그래서 <이솝>은 말하였다. “감사합니다. 반제기간이 지났으므로”
<네구데나포> 왕은 부채의 동의를 읽어서 말하였다. “나는 <류게로스>왕에게 아무 부채도 없는데 그대들은 모두 증언하는가?”
그래서 그들은 설을 바꾸어서 말하였다.
“우리들은 본 일도 들은 일도 없습니다.”
그러자 <이솝>이 말하였다. “사정이 그렇다면 내 놓은 문제도 풀렸습니다.”
이에 대하여 <네구대나포> 왕도 “걸린 지혜 주머니를 자신이 왕국 내에 가지고 있는 <류게로스> 왕은 행복하구나.” 하고 말하였다. 이리하여 협정 그대로의 공물을 <이솝>에게 주었다. <류게로스> 왕은 <이솝>의 황금상을 건립하라고 말하였다.
22. <델포이>에서 억울하게 사형 선고를 받다
여러 날을 보내고서 <이솝>은 <그리스>에 여행을 떠났다. <그리스>의 도시를 편력하고 자신의 지혜를 피력하면서 <델포이>에도 갔다.
그러나 <델포이>사람들은 대화에는 기뻐하며 귀를 기울였으나 그에 대하여 경의를 조금도 표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솝>은 즉각적으로 보복하여 말하였다.
“<델포이> 여러분, 당신들을 바다에 떠다니는 숲에 비유할 것을 나는 생각해내었다. 곧 그것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파도에 표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찌 대단히 가치가 있는 것처럼 우리들은 생각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전혀 값싼 것인 것을 안다.
실제로 나도 당신네들의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당신네들을 값비싸게 말할 만한 것처럼 경탄했었으나 이제 당신네들의 이곳에 와 보니까 말하자면 전 인류 중에 가장 무용한 인간이라는 것을 실제로 보았다. 나는 엉뚱한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듣고 <델포이>사람들은 혹시 <이솝>이 다른 여러 도시에 가서도 자신들의 일을 나쁘게 말할 것이 아닌가 하고 두려워하여 덫에 걸어서 없애기로 상담했다.
그리고 황금배를 <아폴로>신전에서 꺼내 와서 몰래 <이솝>의 자리 밑에 감추었다. 이리하여 <이솝>은 그들이 꾀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출발하여 <보키스>로 향하였다. 그러자 <델포이>사람들이 덤벼들어서 그를 체포하고 신전을 뒤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부인하였지만 그들은 억지로 자리를 펴고 황금배를 발견하였다.
이에 이르자 <이솝>은 그들의 책모임을 깨닫고 그들에게 방면을 간청했으나 그들은 방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전을 뒤진 놈이라고 하여 감옥에 가두고 사형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23. 감옥에서
<이솝>은 이 사악한 운명에서 살아날 수도 없이 감옥에 앉아서 혼자서 슬퍼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지기의 한 사람이 이 수난의 이유를 물었다.
<이솝>은 말하였다.
“자신의 남편을 묘지에 갓 매장한 여자가 매일 묘표가 있는 곳에서 슬퍼하고 있었다. 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밭을 갈고 있던 한 남자가 이 과부와 정교를 하고 싶어서 소를 뒤에 두고서 그도 묘 곁에 찾아와 앉아서 그 여자와 함께 슬퍼하였다.
그러자 여자가 도대체 어찌하여 당신마저 그렇게 슬피 울고 있는가 하고 묻자
나도 예쁜 아내를 매장하고 왔다. 이리하여 울고 있으니 고통이 가벼워졌다.”
그러자 그녀는 “나와 같은 일이 일어났군요.” 하고 말하자, 남자는 말하기를
“같은 수난을 만났으니 서로 사귀면 어떨까. 나는 당신을 그 사람처럼 사랑할 터이니까 당신도 나의 아내처럼 또 한 번.” 이렇게 말하고서 여자를 말로 설득하여 그대로 한 이불에 누웠다.
그러나 그 동안에 도둑이 들어와서 소들을 풀어 도망쳤다. 남자가 돌아와서 소들이 보이지 않으므로 격하게 가슴을 치며 울어댔다.
거기에 여자도 와서 남자가 슬퍼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다시 울고 있어요.” 하자
남자는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울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나도 많은 수난을 피해왔지만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슬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수난에서 벗어날 길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24. <델포이>사람들이 절벽으로 끌고 가다
그 후 <델포이>사람들이 와서 강제적으로 절벽 위로 끌고 갔다.
<이솝>은 그들을 향해 말하였다.
“생물들이 같은 말을 쓸 때에 쥐가 개구리 하고 친구가 되어서 이를 식사에 초대했다. 그리고 부잣집 창고에 안내해서 거기에는 넘치는 식료품이 있어서
‘어서 먹어, 친애하는 개구리여.’ 하고 말하였다.
다음에는 개구리가 쥐를 자기 집에 초대하였다. ‘자, 헤엄쳐요. 자네가 지치지 않게.’ 하고 개구리가 말하였다. “가는 실로 내 다리와 자네의 다리를 묶자.” 하고는 연못으로 끌고 갔다. 그러다가 깊은 곳에 쥐가 빠져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너 때문에 죽는 구나. 그러나 더 큰 놈이 나타나서 복수해 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쥐는 죽어서 물 위에 둥둥 떴다.
독수리가 내려와서 그것을 낚아챘다. 그런데 그와 함께 묶여 있던 개구리마저 채이었다. 그래서 쥐와 개구리는 독수리의 밥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나도 당신들에게 처형당해도 보복해줄 자가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온 <그리스>가 당신들에게 나의 죽음의 대가를 요구할 터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델포이>사람들은 <이솝>을 그냥 두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솝>은 <아폴론>신전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그들은 화가 나서 그를 끌어내어 다시 절벽으로 끌고 갔다.
25. 절벽에서 떨어져 죽임을 당하다
<델포이>사람들은 <이솝>을 사형하려고 절벽으로 끌고 갔다.
그러자 <이솝>은 말하였다.
“야만인인 살인자들이여. 들어라. 한 사람의 농부가 나이가 들어서 도시에 나간 일이 없었으므로 구경을 하고 싶어서 친척들에게 부탁하였다.
그러자 친척들은 그를 나귀가 끄는 수레에 태우고 혼자서 가라고 말하였다.
그는 여행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서 깜깜해지고 나귀는 길을 잃고 절벽위로 노인을 끌고 갔다.
그 노인은 절벽에서 떨어질 지경에 이르자 ‘오, <제우스>신이여, 당신에게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이렇게 파멸을 당하게 되다니 그것도 고가의 말에 의해서가 아니고 가장 작은 나귀 때문에” 그러니까 나도 참을 수 없으므로 명예 높은 사람이라든지, 세상에 유명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최악의 쓸모없는 종들 때문에 파멸 당하는 것이.” 이것을 나도 당신들에게 말하겠소.
오, <델포이>의 여러분 당신들의 손에 걸려서 이 땅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기보다 오히려 고통을 당하면서라도 <시게리아> 전토를 돌아다닐 것을 선택해야 했다. 아무튼 당신들 조국에 저주하고 신들을 증인으로 부르자. 신들은 내가 억울하게 파멸당하는 것을 듣고 나의 복수를 해줄 것이다.”
<델포이>사람들은 그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처형했다.
얼마간 세월이 지나서 <델포이>사람들에게 역병이 돌고 <이솝>의 죽음을 속죄해야 한다는 신탁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각한 바도 있어서 억울하게 죽은 <이솝>을 위하여 표석을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