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바깥으로부터 파 들어가서 본론에 이른다
16, 바깥으로부터 파 들어가서 본론에 이른다
생활에는 윤기가 필요합니다. 식사를 하는 데에도 그릇을 즐기고, 떠 담는 방법을 즐기고, 조명을 연구하고, 조리에 맞는 음악을 흘리고 식탁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단지 배만 채우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스피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완연히 가을이 되었군요.> 하고 바로 말하는 것도 좋겠지만
<아 추워졌습니다. 오늘 아침은 어쨌습니까?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덥다. 덥다 하고서 냉방을 했었는데. 오늘 아침쯤은 이불을 깊이 덮고 잤습니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어쩐지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연 가을이군요.> 하고 말하는 것이 풍부한 표현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 말하지 않고 바깥으로부터 차례로 파고 들어가서 본론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말하고자 합니다.
<나는 요전에 사랑니를 빼고 충치를 3개나 치료했습니다. 그래서 얼마 동안 말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치과의사도 무정합니다. 그것은 마치 고문과도 같아요. 빙빙 도는 기구를 써서 이발을 깎아내곤 해서요. 아프면 말하세요. 하고 말하지만 말할 수 없지요. 사랑니를 뽑은 자리는 커다란 구멍이 생기지요. 입속이란 거대한 구멍처럼 느껴지지요. 아프면서도 혀끝으로 그곳을 핥고 싶어지지요. 얼마나 큰지 말이지요. 먹고 싶지도 않고 말하고 싶지도 않지요. 마침 텔레비전에서는 피사의 사탑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 하는 퀴즈 문제가 났어요. 참지 못하고 이태리 하고 말해버렸지요.
아파서 말도 못했었는데. 이때 깨달았어요. 인간이란 마음속에 생각한 것은 말해버리고 싶은 생물입니다. 그러니까 뇌경색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쓰라리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말하고 싶은 것이니까요. 사람의 말은 가로채지 말고 잘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남이 말하고 있는데 아니 비가 와. 하고 말해버리는 수가 있지요.>
취지는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하여 바깥에서부터 파들어 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