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반응 시간과 스피치의 속도
15, 반응 시간과 스피치의 속도
여러 곳에서 강연이라는 형식의 장시간 스피치를 거듭하는 사이에 알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먼저 남자는 반응이 둔하다는 것입니다. 꽤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여도 남자는 웃지 않습니다. 울지 않습니다. 표정을 바꾸지 않습니다. 거기에 가면 여자는 자유입니다. 한 번 웃으면 최후 감정실금 상태입니다. 중에는 손수건을 들고 안경을 벗고 일단 눈물을 닦아서 그 손수건으로 코를 푸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만큼 감동할 수 있는 것은 강사로서는 영광임과 동시에 조금 얼떨떨합니다. 이것이 같은 여성이라도 젊은 여성일수록 남자와는 다른 의미에서 부자유한 미의식에 묶이는 것이겠지요. 감정을 나타내는 데는 주저함이 있는 듯 중년 여성군에 비하면 반응은 보류해둡니다.
그런데 청중이 고령자인 경우는 대단합니다. 반응이 있으면 도박을 하듯 임하지 않으면 강사의 자존심을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연령이나 청중을 모으는 방법에도 따를 것입니다만 무리하게 동원되어서 반 연행하듯 모인 노인네 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천장을 향하여 눈을 감고 입을 열어서 깊은 잠에 잠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서 웃지 않으면 인간도 아닙니다. 고 하는 장면에서도 많은 노인들은 마치 시체처럼 멍청하게 쳐다볼 때에는 그래도 이야기를 계속하는 수행의 장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무대에 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반응의 속도에는 지역차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반 도시에서는 빠르고 시골에서는 느린 듯합니다. 그것은 얼굴을 돌림에도 영향을 하는 것이겠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구나 하고 생각할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아 재미있다 하고 스위치가 걸릴 때는 이미 슬픈 이야기로 변하여서 아 슬픈 이야기로구나--하고 이해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때문에 청중은 웃거나 울거나 항상 감동이 엇갈리게 됩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으로서는 헛된 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결국 스피치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청중의 반응 시간에 맞추어서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반응 시간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를 시작할 때 청중의 반응이 느리다면 이야기의 속도도 느리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느리게 이야기를 하면 예정된 내용을 주어진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스피치는 짧은 에피소드를 이어서 구성해두면 편리합니다. 종료 시간을 생각하면서 에피소드를 빼고 더하고 하는 기술은 고도의 기술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중요한 기술입니다. 그런 때문에 마음대로 단축할 수 있는 구성으로 스피치를 준비해야 하며 청중의 반응을 보면서 말하는 재주를 길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