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법의 기술/화법의 기술

12, 논지와 에피소드

간천(澗泉) naganchun 2010. 11. 18. 05:38

 

12, 논지와 에피소드

 

 

 말하고자하는 논지가 먼저 있고 뒤에 에피소드를 주워서 말하는 수법입니다.

예를 들면 <풍부함은 인심을 황폐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논지를 주장하려고 합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시사하는 에피소드를 일상생활 중에 주워내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비가 오면 역까지 가족이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오는 광경이 있었지만 자동차 사회가 되고서는 볼 수 없게 되었지요.

세타를 집에서 짜서 입던 시대에는 낡은 세타의 털실을 어머니와 아이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했지만 그렇게 해서 마주 앉았을 때 이야기를 하게 되지요.

텔레비전이 없는 긴 밤을 가족끼리 게임을 하고 지낸 일들은 그립군요.

카레라이스 같은 것을 먹을 때는 행복했지요.

이정도 있으면 충분합니다.

 

<행복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풍부하지요. 밤에 학원 앞에 자가용 자동차가 즐비하게 늘어 선 모양을 자주 보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마중 와 있는 것이지요.

비가 오든지 하면 반드시 자동차가 편리합니다. 비를 맞지 않고 발길에 걱정도 없다. 옛날에는 우산을 가지고 걸어서 마중을 갔습니다. 어버이와 아이가 우산을 받치고 물이 괸 곳을 피하여 걸어갑니다. 주의해라. 저기 물웅덩이가 있어. 하면서 말입니다. 불편하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따스했습니다. 지금은 조수석에 앉아서 시험은 어쨌어. 하고 말하곤 하지요.

쉐타 같은 것은 집에서 짜 입지 않았습니까. 짜서는 풀고 또 짜서는 풀고. 아이들은 성장하니까 새로 짤 때마다 사이즈를 크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새로 털실을 살 수가 없었으니까요. 가난하고 어려웠어요. 낡은 털실을 이어서 쉐터를 짜니까 모양을 얼룩박이가 되지요. 털실을 감을 때에는 두 손에 타래를 끼워서 돌려가며 털실을 둥글게 감으며 모자가 아니면 모녀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잘도 했었지요. 지금은 기성품을 사다 입히니까 모자가 모녀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잃어버렸어요.

생일날에는 가족이 모여서 건너편 식당에 가서 카레라이스를 먹었어요. 그 맛 참으로 맛이 있었어요. 김치나 지 같은 것만 먹다가 이게 무슨 성찬입니까. 식당에서 컵에 넣은 물은 그렇게도 맛이 있었어요. 지금은 풍부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포식하는 시대입니다. 지금은 먹을 것을 걱정하기는커녕 먹지 않으려고 다이어트를 하는 판이 되었습니다.

어떻든 물질적인 풍요가 사람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편리하거나 호사를 하게 되면 그럴수록 사람의 마음은 황폐해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물론 풍요로운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인심도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