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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부모님과 벌초를 가는 동생 내외에게

간천(澗泉) naganchun 2012. 9. 17. 08:31

 

부모님과 벌초를 가는 동생 내외에게

 

 

참 고맙습니다. 동생 내외분.

오늘 조상묘가 있는 가족공원으로 벌초를 간다고 들었습니다.

그곳 날씨는 어떤지 벌초를 하기에 알맞게 선선하고 뙤약볕이 쬐지 않는 날이기를 바랍니다.

 

오늘을 벌초일로 정한 것은 아무래도 아버지시겠지요. 동생 내외분의 업무 스케줄을 미리 체크하시고 물어본 다음에 연간 계획을 정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년간 행사 계획의 연관선상에서 이번 벌초 날자도 정해졌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태풍이 근접해 있고 게다가 추석도 가까이 다가왔으니 가장 좋은 시기에 벌초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동생 내외분 두 분이 흔쾌히 시간을 내고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고생스런 풀베기 노역을 하러 가는 마당에 이 누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서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동생내외분!

얼마나 마음이 시끄러웠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장남도 아니고 차남도 아니고 아들 세 형제중에서 가장 막내인 동생네가 모든 가족 일을 도맡아 하려니 마음고생 몸 고생이 말이 아닐 것이라고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왜 고생이라고 하냐 하면은, 당연히 내 차지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힘들더라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되고 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선봉이 되어서 책임지고 해야 할 일도 아닌 듯한데,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을 맡아서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왜 없겠습니까. 그게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 거지요.

어디까지나 시집가서 보니 제가 그런 입장이어서 동생네도 그런 일로 고민도 있지 않을까 해서 넘겨짚은 것입니다. 허나 항상 기쁘게 받아들이고 기꺼이 부모님과 매해 동행해서 일을 도맡아 해내는 동생네에게 고맙고 업어주고 싶습니다.

 

벌초뿐이겠습니까? 아버지께서 문중 일을 살피시는 일에 모두 동행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고. 젊은 내외가 자기네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지내고도 싶을 테지만, 맞벌이하는 부부가 주말에 한가하게 혹은 미뤘던 집안일을 처리하고 조금 허리 펴고 쉬고 다음 주를 위해 재충전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 년의 많은 주말을 부모님의 행사에 따라서 동행해주니 효자가 따로 없습니다.

 

효도는 형제들끼리 서로 미룰 일이 아니며 꼭 ‘N분의 1’로 더치페이식으로 해결할 일도 아니겠지요. 형제 많은 집에서 어느 형제는 잘 안하니까 서운한 점도 있을 것입니다. 얄미운 형제도 있을 것입니다. 형편이 되지 않는 형제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드라마에서 효도는 ‘셀프’라고 했듯이 각자 형제들이 각각에 맞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어느 상한선도 하한선도 평균도 없이 각 사람에게 맞는 효도의 방법이 있겠지만 그것을 ‘효도 받았다’ 고 완결이 되는 것은 부모님의 생각여하에 달려있지만 말입니다.

 

가장 힘든 사람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형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생내외처럼 위 아래 집으로 살면서 거의 24시간 한 세트로 움직이게 되는 가족관계. 부모님과 자기네 부부 가족, 그 양자 간에 인간관계의 도를 다하면서 원만하게 화목을 향하여 공동체 운명으로 그렇게 가고 있는 두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젊은 부부가 참으로 기특합니다.

 

동생내외분.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고단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요. 의견도 세대차도 많이 느끼고..

그래도 이 험한 세상에 두 분의 귀하고 예쁜 딸들을 보호해 주시는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시면 조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두 분이 가장 힘들 때 가장 가까이서 도움을 주실 분은 부모님이시고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실 것입니다. 심적으로 든든한 지지자가 옆에 계시니 두 분도 좋은 쪽에 생각을 집중해서 가족의 시간들이 좋은 스트레스로 활력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번 벌초를 가을 나들이, 아이들 데리고 함께 가는 자연과 벗 삼는 봉사피크닉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멀리 있어 가서 돕지는 못하는 누나는 그렇게 생각해달라고 종용하면서 누나 마음의 위안을 삼아봅니다. 동생내외분은 그렇게 기쁘게 자기들 보다 부모님을 더 생각해서 고된 일을 도맡아 하고 산에서 내려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집에 와서도 챙겨야 할 일들이 많겠지요. 오는 길에는 집에서 저녁 차릴 생각하지 말고 맛난 외식이라도 하고 오면 좋겠습니다. 제 바램입니다. 내일은 조금 늦잠을 자고 동생 두 분네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휴일을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도 두 분만의 시간을 가지시고요.

 

아무쪼록 매년 해야 하는 벌초의 시즌입니다. 멀리서나마 마음으로 품앗이를 해봅니다. 잘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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