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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감상/중국 한시

제야(除夜)

간천(澗泉) naganchun 2009. 12. 30. 17:23

 

제야(除夜)

 

 

남송/南宋 문천상/文天祥

 

 

 

 

 

--섣달 그믐날 밤--

 

천지는 크고도 대범한데

세월은 흘러감이 이리도 당당하네.

인생말로에 바람과 비에 놀라

구석진 변방에서 눈과 서리에 질리었다.

목숨은 해를 따라 다하려는데

이 몸은 세상과 더불어 잊어지기만 하는구나.

다시 술집에 갈 꿈이 전혀 없으나

등 심지 돋우어도 밤은 깊지 않았구나.

 

乾坤空落落(건곤공낙낙)

歲月去堂堂(세월거당당)

末路驚風雨(말로경풍우)

窮邊飽雪霜(궁변포설상)

命隨年欲盡(명수연욕진)

身與世上忘(신여세상망)

無復屠蘇夢(무부도소몽)

挑燈夜未央(조등야미앙)

 

*건(乾)-하늘. *곤(坤)-땅. *건곤(乾坤)-천지. *공(空)-크다. *낙락(落落)-얽매이지 않고 대범하다. *당(堂)-당당하다. *말(末)-끝. *경(驚)-놀라다. *포(飽)-배부르다. 질리다. *명(命)-목숨. *수(隨)-따르다. *진(盡)-다하다. *신(身)-몸. *망(忘)-잊다. *도(屠)-잡다. *소(蘇)-술. *도소(屠蘇)-한방에서, 산초, 방풍, 백출, 육계피를 한데 섞어 만든 약을 이르는 말로서 도소주를 만드는 재료임. 술을 말함. *조(挑)-돋우다. *등(燈)-등불. *미(未)-못하다. *앙(央)-반, 가운데.

 

감상

 

천지는 넓고도 크며 대범한데 세월은 서슴없이 당당하게 흘러가는구나. 인생 말로에 바람과 비에 놀라 곧 정치적 갈등에 지치고 변방에서 생활에 질리었다. 목숨을 다해 열심히 살려는데 세상은 나를 잊어만 가는구나. 다시 술집을 찾아 희망과 낭만과 호연지기를 찾으며 기르려고 하지 않으나 심지를 돋우어도 제야의 밤은 아직 깊지 않았구나. 제야의 밤에 새해에는 욕심은 내지 않으나 체념은 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 시는 그 내용 구성이 제1, 3, 5, 7,구에서는 추상적인 상념을 나타내고, 제2, 4, 6, 8구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특이함이 있다. 또한 1, 2구와 3, 4구, 5, 6구는 대구를 이루었으며, 1, 2구에서<낙락(落落)>, 2구에서 <당당(堂堂)>은 같은 음을 가진 시어를 써서 음조의 묘미를 이루고 있다.

 

작자

문천상(文天祥)(1236-1282)

 

남송의 정치가이며 시인이다. 자는 송서(宋瑞), 호는 이선(履善), 문산(文山), 강서성길수현(江西省吉水縣) 사람이다. 1255년 진사에 수석 합격하였다.

남송 멸망시의 재상으로 원(元)에 붙잡혔으나 절의(節義)를 지켜서 항복하지 않아 살해되었다. 그때 나이가 46세였다. 애국의 감정을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침통하게 읊은 시가 많다. 특히 옥중에서 쓴 오언시(五言詩) <정기가(正氣歌)>는 호연지기를 가지고 고난에 굴하지 않겠다는 기개를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문집에 <문산선생전집(文山先生全集)> 20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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