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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우리 언니

간천(澗泉) naganchun 2012. 8. 27. 04:26

 

우리 언니

 

 

나의 창조성에 불을 당겨준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언니들이었지 않나 싶다.

최근에야 나에게 창의력을 선물해 준 사람들의 대열에 언니들을 꼭 끼워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언니들의 지대한 공이 크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었다. 그런 유전자를 물려주신 부모님 덕으로만 알고 있었으니 참으로 언니들에게 미안하다.

 

나에게는 두 사람의 언니가 있다.

큰 언니. 큰 언니는 참으로 소녀다운 사람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좋아하고 꽃향기를 맡기를 좋아한다. 책 사이에 낙엽을 꽂아놓기를 좋아하고 집 곳곳에 푸른 화초로 녹색 장원을 꾸며놓았다.

손 글씨로 정성스레 엽서나 카드를 써서 건네주기를 좋아하고 찻집에 앉아서 마냥 낭만에 잠기는 것도 좋아한다. 1970년대 전형적인 여고생 스타일로 양쪽 갈레로 머리를 땋았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언니는 여중, 여고 시절에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단체영화 관람을 가게 되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나)을 꼭 데리고 다녔다. 벤허도 언니가 데리고 가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머리를 길게 묶은 남자들이 긴 칼을 차고 지붕 위를 휙휙 날아다니면 공중에서 싸우는 무협영화도 언니 따라다니면서 보았다. 선샤인이란 영화도 따라가서 보았다. 훌쩍 거리는 언니 옆에서 나는 말뚱말뚱했던 기억이 난다. 언니 친구들이 함께 눈물 흘리며 보는 것을 보면서 ‘이 언니들은 왜 그럴까?’하고 생각했다. 그땐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가면 아마 공짜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린 유년 시절에 나에게 온갖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 준 언니. 참 고맙다. (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