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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감상/중국 한시

飮酒(음주)

간천(澗泉) naganchun 2009. 12. 10. 04:39

 

 

 

飮酒(음주)

 

동진/東晋 도연명/陶淵明

 

 

 

--술을 마시고--

 

변두리에 농막을 짓고 사니

찾는 사람 없어 거마의 시끄러움 없네.

묻노라,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마음이 멀어지니 땅 절로 한갓지네.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며

편안한 마음으로 남산을 바라본다.

산 기운은 해질녘이 더욱 아름답고

날 새도 짝을 지어 돌아오는구나.

여기에 자연의 참다운 뜻이 있으니

차마 말하려 하나 어찌 말로 다하리.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此中有眞意(차중유진의)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결려(結廬)-농막을 짓는다. *재인경(在人境)-사람들이 사는 고장에, 즉 깊은 산중에 농막을 짓고 은퇴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들 틈에 끼여 살면서 고고하게 탈속한다는 뜻. *무거마훤(無車馬喧)-정치나 벼슬살이에서 벗어났으므로 고관이나 관리가 수레를 타고 시끄럽게 찾아오는 일이 없다. *거마(車馬)-관리가 타는 수레. *문군(問君)-직역으로는 그대에게 묻는 다는 뜻. 즉, 자문자답(自問自答). *하능이(何能爾)-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는가?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나의 마음이 속세에서 멀리 떨어져 한가하니까 즉, 몸은 세속에 있으나 마음이 한가하다는 뜻.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인간세상의 야심이나 욕심이 없이 바라본다. *남산(南山)-여산(廬山)이다. 도연명이 그 아래 살았다. *상여환(相與還)-서로 짝을 지어 돌아온다. *이망언(已忘言)-말로는 표현 할 도리가 없다는 뜻. *결(結)-맺다. *려(廬)-농막 초가집. *경(境)-경계. *훤(喧)-시끄럽다. *문(問)-묻다. *하(何)-어찌. *능(能)-잘하다. 능하다. *이(爾)-연(然)과 같다. *원(遠)-멀다. *편(偏)-한갓지다. *채(採)-따다. 캐다. *유(悠)-한가하다. 편하다. *가(佳)-아름답다. 좋다. *상(相)-서로. *여(與)-함께. 더불어. *환(還)-돌아오다. *진(眞)-참되다. 변(辯)-말하다. *이(已)-이미. *망(忘)-잊다. *언(言)-말.

 

감상

 

이 시는 3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1구에서 4구까지로 단속적이지만 벼슬살이에서 암담하고 살벌한 경쟁과 각축의 갈등 속에서 공사 간에 분주히 쫓기며 살다가 이제 전원생활을 선택하고 시골 벽지에 오두막을 짓고 사니, 나를 번거롭게 하던 손님 나들이가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이럴 수가 있는가? 마음에서 욕심이라는 것을 버리니 이렇게 한갓져서 편안하다는 것을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하고 전원생활로 들어오기로 한 선택에 만족해한다.

둘째는 5구에서 8구까지로 만추의 저녁 무렵 국화주를 담그기 위하여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고, 유유히 남산을 바라다보면 저녁 산 기운은 더욱 아름답고 산새들도 서로 짝을 지으며 둥지를 찾아 드는 평온하고도 한가로운 전원 풍경을 그리며 한나절에서 저녁까지의 전원에서의 생활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며 행복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느끼고 있다.

셋째는 끝으로 2구로서 이러한 평온한 자연 속에 삶의 참 뜻이 있다고 한다. 곧 세속에서는 지위나 명예 그리고 돈을 중요시하여 각축하지만, 전원에서의 생활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무아의 경지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말로써는 설명할 수 없으니 참 뜻을 알고자 하면 이러한 생활을 해보는 것이 어떠한가 하고 말한다.

도연명의 대표적인 시로서 쉽고 꾸밈없이 담담하게 시골 풍경과 자신의 일상의 생활을 그린 이 시는 도연명의 전원생활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준다.

 

작자 

도연명(陶淵明)(365-427)

 

동진(東晋)의 시인이다. 자는 원량(元亮), 일설에는 이름은 잠(潛), 자는 연명(淵明)이라고 한다. 심양시상(潯陽柴桑)(강서성구강현/江西省九江縣) 사람이다. 중조부인 도간(陶侃)은 명장이고, 조부도 아버지도 태수(太守)였다. 외할아버지 맹가(孟嘉)는 풍류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도연명은 어려서부터 큰 뜻을 품고 학업에 열중하여 세상을 구제할 대업을 성취시켜 보려는 이상에 불타고 있었으며, 한편으로는 세속의 속박을 받지 않는 자연을 몹시 사랑하였다.

29세에 강주제주(江州祭酒)가 되었으나, 얼마 아니하고 사직하였다. 이후 13년간 단속적으로 세 번 벼슬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41세에 호구지책으로 팽택현령(彭澤縣令)으로 부임하였으나 80여 일로 사직하고 낙향하였다. 그 당시의 심경을 읊은 것이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관직에 있는 동안 그는 벼슬살이의 갖가지 모순과 지배계급 내부에서 되풀이되는 권력투쟁을 체험하면서 회의에 빠지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암담한 현실에서 대업을 펼치고자 하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벼슬길이란 마치 '새장에 갇힌 새'와 같은 것이고, 벼슬을 그만두고 향리로 돌아가는 것은 마치 새가 수풀로 돌아가고, 고기가 깊은 연못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였다. 향리로 돌아온 도연명은 희희낙락하여 술잔을 기울이며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다가 고향(오늘날의 구강현 형림가(荊林街)에서 숨을 거두었다.

현재까지 전해오는 도연명의 시는 1백 20여 수가 되는데, 그의 대부분이 전원생활을 읊은 시이기 때문에 전원시(田園詩)라고 부른다. 전원시는 중국 시사상(詩史上) 한 유파를 형성하고 있고, 도연명은 이 전원시의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다했을 뿐 아니라, 그 성과도 두드러지기 때문에 <전원시의 개조>로 불리어지고 있다. 위진(魏秦) 시대의 선인들은 추상적 철리로 자신들의 이념을 서술했지만, 도연명의 시인으로서의 사색은 아름다운 이미지의 세계, 즉 사람들이 동경하는 도원경(桃源境=유토피아)으로서 결실되었다.

현존 작품은 4언시 9수, 5언시 115수, 수편의 운문과 산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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