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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감상/한국한시

詠井中月(영정중월)

간천(澗泉) naganchun 2009. 10. 19. 04:54

 

詠井中月(영정중월)

고려- 이규보/李奎報 

 

 

-우물 안의 달-

 

스님이 저 달빛에 탐이 나서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다.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았으니

병이 기울자 달도 따라 공인 것을.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병급(幷汲)-(물과 달을)함께 길다. *탐(貪)-탐내다. *병(甁)-병. *도(到)-이르다. *방(方)-모. *응(應)-응하다.

*경(傾)-기울다. *공(空)-비다.

감상

한 산사의 스님이 우물에 비친 달빛이 탐이 나서 물과 달을 병 속에 함께 담았다. 절에 돌아와서 병을 기울이니 물과 함께 달도 없어지더라.

병 속에 물은 담을 수 있겠지만 달을 어찌 담을 수 있으랴. 한갓 가지고 싶은 욕심일 것이다. 스님이 탐내는 것은 무엇일까. 수도승으로서 도를 닦는 것일 것이다. 도를 터득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에서 달은 도를 상징한다고 보면 어떨까. 물에 비친 달이니 물은 달을 볼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매체이고, 담는 그릇인 병은 도를 깨닫는 스님의 마음 그 자체가 아닌가. 기껏 병에 물과 달을 함께 담았으나 병을 기울여 물을 쏟아버리고 나니 달도 없어져 버렸다. 도를 나타내 보여주는 매체가 소멸함과 동시에 도 자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아직도 나의 수도가 모자란 것이 아닐까.

작자

이규보(李奎報)(1168-1241)

고려의 문신, 문인. 본관은 황려(黃驪/驪興).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지헌(止軒),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 시호는 문순(文順)이다. 1189년(명종19) 사마시(司馬試), 이듬해 문과에 급제, 1199년(신종2) 전주사록(全州司錄)이 되고 1202년(신종5) 병마녹사 겸 수제(兵馬錄事兼修製)가 되었다. 1207년(희종3) 최충헌(崔忠獻)에 의해 권보직한림(權補直翰林)으로 발탁, 참군사(參軍事) 사재승(司宰丞) 우정언(右正言)을 거쳐 1219년(고종6) 좌사간(左司諫)으로서 지방관의 죄를 묵인하여 계양도호부부사(桂陽都護府副使)로 좌천되었다. 1220년(고종7) 예부낭중(禮部郞中), 한림시강학사(翰林侍講學士)를 거쳐 30년 위위시판사(衛尉寺判事)가 되었으나, 팔관회(八關會) 행사에 잘못을 저질러 한때 위도(蝟島)에 유배되었으며, 1232년(고종19) 비서성판사(秘書省判事)에 승진하고, 이듬해 집현전대학사(集賢殿大學士) 정당문학(政堂文學) 참지정사(參知政事) 태자소부(太子少傅) 등을 거쳐 1237년(고종24)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 감수국사(監修國事), 태자대보(太子大保)로 벼슬에서 물러났다. 호탕 활달한 시풍(詩風)은 당대를 풍미했으며, 특히 벼슬에 임명될 때마다 그 감상을 읊은 즉흥시는 유명하다. 몽골군의 침입을 진정표(陳情表)로써 격퇴한 명 문장가였다. 시·술·거문고를 즐겨 삼혹호 선생이라 자칭했으며, 만년에 불교에 귀의했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백운소설(白雲小說)> <국선생전(麴先生傳)> 등이 있으며, 작품으로 시(詩)에 〈천마산시(天摩山詩)〉〈모중서회(慕中書懷)〉〈고시십팔운(古詩十八韻)〉〈초입한림시(初入翰林詩)〉〈공작(孔雀)〉〈재입옥당시(再入玉堂詩)〉〈초배정언시(初拜正言詩)〉〈동명왕편(東明王篇)〉문(文)에〈모정기(茅亭記)〉〈대장경각판군신기고문(大藏經刻板君臣祈告文)〉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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