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한시감상/중국 한시

登高(등고)

간천(澗泉) naganchun 2009. 10. 10. 04:48

 

登高(등고)

 

 

 

 

당/唐 두보/杜甫

 

 

-대에 올라서-

 

바람은 거세고 하늘 높은데 원숭이 슬피 울고

맑은 물가 흰모래에 물새가 감돌아 난다.

가없는 숲엔 우수수 지는 낙엽 소리

끝없는 장강의 물은 도도히 흘러

타향 슬픈 가을에 언제나 나그네 되어

평생에 병 많은 이 몸 홀로 대에 오르네.

괴롭고 쓰라린 한에 머리칼만 자꾸 세어

늙어 앙상해지는 몸은 이제 막 술도 끊어버렸네.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渚淸沙白鳥飛回(저청사백조비회)

無邊落木蕭蕭下(무변락목소소하)

不盡長江滾滾來(불진장강곤곤래)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潦倒新停濁酒杯(료도신정탁주배)

 

 

*등고(登高)-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 높은 데 올라 국화주를 마시며 액땜을 하는 명절 행사. *풍급(風急)-바람이 거칠게 붐. *천고(天高)-하늘이 맑고 높음. *저(渚)-강가의 물. *비회(飛回)-새가 날아 감도는 것. *낙목(落木)-낙엽. *소소(蕭蕭)-낙엽 지는 소리의 형용. *곤곤(滾滾)-물이 힘차게 흐르는 모양. *비추(悲秋)-슬픔을 자아내는 가을. *상(常)-언제까지나. *객(客)-나그네로서 작자 자신. *다병(多病)-병이 많음. *간난(艱難)-여러 가지의 고난. *한(恨)-억울함. *빈(鬢)-구레나룻. 귀 밑 털. *료도(潦倒)-늙어 앙상해짐. *신(新)-막 시작되었다 함. *상(霜)-흰 털. *번(繁)-많다. 성하다.* 빈(鬢)-귀밑 털. 구레나룻. *원(猿)-원숭이. *소(嘯)-울다. *애(哀)-슬프다. *사(沙)-모래. *비(飛)-날다. *회(徊)-돌다. *변(邊)-가. *소(蕭)- *하(下)-떨어지다. *진(盡)-다하다. *곤(滾)- *비(悲)-슬프다. *상(常)-늘. *작(作)-만들다. *병(病)_병. 아픔. *등(登)-오르다. *대(臺)-돈대. *간(艱)-어렵다. *난(難)-어렵다. *고(苦)-괴롭다. *료(潦)-큰 비. 길바닥 물. *도(倒)-너머지다. *신(新)-새로움. *정(停)-멎음. *탁(濁)-흐리다. *주(酒)-술> *배(杯)-술잔.

 

감상

 

작자는 9월 9일 중양절에 풍습에 따라 높은 곳에 올라 둘레를 바라다본다. 위아래를 내다보니 늦가을 바람은 거세게 불고 하늘은 맑고 높은데 원숭이가 슬피 울고 있다. 바로 눈 아래 강가의 맑은 물과 하얀 모래 위를 새들이 날아 감돈다. 깊은 속으로 그리고 옆을 널리 바라다보니, 숲 속에는 낙엽이 우수수 지고, 끝없는 장강은 도도하게 흘러 내려온다. 만 리나 멀리 고향에서 떨어져 슬픔을 자아내는 가을을 맞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외로운 나그네 신세를 면치 못하는구나. 평생 병약하지만 오늘은 혼자서라도 높은 곳에 오른다. 국화주를 마시고 액땜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가지가지의 어려움을 당해왔기 때문인지 귀 밑 털이 하얗게 세어 한스럽고, 게다가 늙어 앙상한 이 몸은 마침 술마저 막 끊어버렸으니 국화주를 어찌 마시며 액땜을 하겠는가. 하고 중양절 명절날 신세를 서러워한다.

 

이 시는 두보(杜甫)가 55세 경(766년) 기주(夔州)(사천성봉절현/四川省奉節縣)에서 중양절을 읊은 작품이다. 이 시에 대하여 명나라의 호응린(胡應麟)은 “고금 칠언 율시 중에서 제일이다.”라고 칭찬했고, 청나라의 양륜(楊倫)도 “두집(杜集)칠언율시의 제일이다.”라고 칭찬했다.

 

이 시는 4련 모두를 대구 전대격(全對格)을 쓴 것으로 칠언율시에서의 전대격은 어렵다고 말하지만 멋지게 성공한 작품이다.

전반 1, 2구에서는 높은 데서 위와 아래를 내다본 만추의 경치를 노래하였고, 3, 4구에서는 옆으로 펴진 경치와 안으로 깊이 들어간 경치를 읊고 있다. 그리고 1구에서 <바람 소리>, <원숭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3구에서 <낙엽이 지는 소리>를 들어 청각적으로 묘사했고, 2구에서 <맑은 물> <하얀 모래>는 색채를 써서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전반 제 1구에서 <풍급(風急)>과 <천고(天高)>가 대가 되고, 2구에서 <저청(渚淸)>과 <사백(沙白)>이 대를 이루며, <소소(蕭蕭)>와 <곤곤(滾滾)>이 대를 이루고 있다.

후반 4구에서는 작자의 감개가 표현되어 있는데, 5구에서 <상(常)>과 6구에서 <독(獨)>에는 서글픈 신세를 한탄하는 감개가 서려 있다. 중양절에는 가족들이 함께 높은 곳에 올라서 국화주를 마시며 산수유 가지를 머리에 꼽아 액땜을 하는 풍속이 있는데, 만리타향이라 혼자이고 게다가 늙고 병든 몸이라 국화주마저 마시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음을 슬퍼한다.

이 시는 1구가 3층으로 되어있는 특별한 구법을 쓰고 있다. 곧 제1구를 보면 풍급(風急)/천고(天高)/원소애(猿嘯哀 셋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시구의 호응에서도 제3구는 제1구를 받고, 제4구는 제2구를, 제7구는 제5구를, 제8구는 제6구를 받고 있어 빈틈이 없는 짜임을 이루고 있다.

 

작자

 

두보(杜甫)(712-770)

 

당나라 성당기의 시인이다.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小陵), 낙양(洛陽) 동쪽 공의시(鞏義市)의 필가산(筆架山) 기슭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14, 5세에 시인으로 알려졌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하였다. 35세 무렵까지 각지(강소성/江蘇省, 절강성/浙江省, 하북성/河北省)를 유랑하였는데, 이때에 이백(李白), 고적(高籍) 등 시인과 교제하였다. 44세에 처음으로 무기를 관리하고 출입을 관장하는 낮은 벼슬을 하였으나, 755년에 안록산의 난을 당하여 영무(靈武)의 숙종(肅宗)을 만나려 하였으나 적군에게 체포되어 장안에 유폐되었다. 그러나 9개월 후에 탈출에 성공한 두보는 봉상(鳳翔)(섬서성/陜西省) 행재소에서 숙종을 만나 좌습유(左拾遺)의 벼슬을 얻었다. 그러나 너무 과욕을 부려서 재상인 방관(房琯)을 옹호하다가 숙종의 노함을 사서 화주(華州)(섬서성/陜西省)로 좌천되었다. 화주에서는 대기근을 맞아 벼슬을 버리고 처자를 데리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유랑의 길에 나섰다. 760년에 성도(成都)의 엄무(嚴武)의 막료가 되었으나, 엄무가 죽자 장강을 내려가서 악양(岳陽) 부근 상강(湘江)에서 생을 마쳤다. 그는 모든 시에 능통했는데, 특히 대구를 중시하여 율시에 뛰어났다.

두보(杜甫)는 이백(李白)과 함께 중국 최고의 시성(詩聖)이라고 일컬어진다.

이백이 타고난 자유분방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뛰어난 감각으로 인간의 기쁨을 드높이 노래했다면, 두보는 인간의 고뇌에 깊이 침잠하여 시대적 아픔을 깊은 울림으로 노래했다. 두보는 각지를 방랑하는 가운데 전란과 부역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고통을 직접 보고 들었다. 두보 자신도 초근목피로 연명하였다. 이 같은 분노와 비통함은 두보의 숱한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두보의 시가는 대부분이 안사의 난 때 백성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쓴 것이다. 풍부한 문장력과 현실을 꿰뚫는 그의 시에 담겨 있는 기쁨과 슬픔은 바로 당시 백성들의 기쁨과 슬픔이었던 것이다.

'한시감상 > 중국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飮酒(음주)   (0) 2009.12.10
山 行(산행)  (0) 2009.10.14
秋風引(주풍인)   (0) 2009.09.30
磧中作(적중작)   (0) 2009.09.08
焚書坑(분서갱)  (0) 2009.08.26